1편. 대한민국 국토종주_ Day 2
Day 2. 여주에서 수안보 92.5km
국토종주 첫째 날 자전거를 달리고 달려 어찌어찌 경기도 여주에 도착했다. 서울에서 여주까지 107km. 초보 라이더였던 나에게는 이날이 최장시간, 최장거리 기록이다. 이포보~여주보 사이 비행기 활주로같이 탁 트인 공간을 마음껏 내달렸던 기억이 장거리 라이딩의 고단함을 날려 주었다. 저녁 무렵 여주시에 도착한 우리는 가까운 시내 모텔을 찾아 잠을 청했다.
이튿날 아침, 라이딩 복장을 단단히 갖춰 입고 길을 나섰다. 스트레칭을 할 때 온몸이 뻐근하기는 하지만 자전거를 못 탈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안장에 앉기 전까지는. 출발과 함께 자전거에 올라타자마자 ‘헉’ 소리가 나왔다. 엉덩이 통증(안장통)이 상상 이상이었다. 가만 생각해보니 자전거를 이틀 연속으로 타본 적이 없었다. 보통 주말에 하루 시간을 내어 자전거를 타면 다음 날은 쉬곤 했으니까. 그래도 장거리 라이딩이라고 나름 ‘빕숏(Bib Short)’을 제대로 갖춰 입었기에 괜찮을 줄 알았는데 오산이었다. 빕숏은 자전거 안장에 닿는 엉덩이 부분에 두꺼운 패드가 덧대어 있는 자전거용 바지다.
처음 자전거를 타기 시작했을 때는 한강에서 일명 ‘쫄쫄이’를 입고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조금 유별난 것 같다고 생각했었다. 일단 몸에 타이트하게 붙어서 불편해 보였고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몸매(특히 빕숏의 엉덩이 패드)가 보기에도 민망했다. 게다가 이름이 있는 자전거 전문 브랜드의 라이딩 복장은 상하의 합쳐(kit) 30만 원을 훌쩍 넘었다. 여기에 쪽 모자(헬멧 안에 쓰는 모자)와 장갑, 발목을 덮는 양말까지 쫙 빼입으면 비용이 만만치 않았다. 자전거 선수도 아니고 가끔 취미로 타는데 그만큼의 비용을 지불하기에는 아깝다는 생각이었다.
이랬던 내 생각이 180도 바뀌게 된 건 이 날의 경험이 크다. 자전거용 기능성 져지는 땀 흡수 및 배출이 탁월한 것은 물론이고, 바람의 저항을 막아주어 장거리 라이딩의 효율성을 높여준다. 그리고 빕숏은 좁고 딱딱한 안장 위에 쿠션처럼 작용하고 마찰로 인한 엉덩이의 통증을 확실히 완화시켜 준다. 아마 이 날도 빕숏이 아닌 일반 복장이었으면 다음날 아예 자전거를 타지 못했을 것이다. ‘빕숏을 한 번도 안 입은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입은 사람은 없다’는 우스갯소리가 더 이상 우습지 않았다.
그렇게 빕숏의 고마움을 느끼며 달리다 보니 다행히 엉덩이 통증도 조금씩 익숙해졌다. 둔감해졌다는 게 맞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후에도 라이딩은 여러 통증과의 싸움이었다. 도로의 요철 때문에 손목이 아팠고, 로드 바이크 특유의 자세와 헬멧 때문에 목이 뻐근했다. 허벅지와 종아리는 근육이 뭉쳐서 점점 단단해졌다. 중간에 쉴 때마다 스트레칭은 물론이고 온몸에 뿌리는 파스를 뿌려댔다. ‘이렇게까지 해서 자전거를 타야 되는 걸까’라는 근본적인 질문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통증은 시작됐지만 그렇다고 멈출 수는 없었다. 출발한 이상 끝은 봐야 하니까.
그런데 참 신기하게도 시간이 지날수록 몸의 통증이 싫지만은 않았다. 신체 구석구석의 에너지를 그러모아 밖으로 힘차게 뿜어내면, 자전거가 앞으로 나아가면서 목표 지점에 가까워지는 것이 기뻤다. 사람이 스스로 선택한 노동을 할 때 고됨과 동시에 뿌듯함을 느끼듯이, 통증을 수반한 성취감이 마음을 채웠다.
Pain is inevitable, Suffering is optional.
(아픔은 피할 수 없지만, 고통은 선택하기에 달렸다.)
어느 마라토너가 인터뷰에서 마라톤을 뛸 때 항상 머릿속에서 되뇐다고 밝힌 문장이다. 평소 마라톤을 즐기는 무라카미 하루키는 이 문장이 마라톤의 핵심을 간결하게 요약한 표현이라며 동의했다. 마라톤도 라이딩도 통증은 피할 수 없지만, 그것이 그저 고통이었다면 지속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게 통증에 의미부여를 하면서 목적지 수안보를 향해 남쪽으로 달리고 달렸다. 수안보 온천물에 몸을 담그면 그간의 피로가 다 풀릴 거라는 희망을 안고.
[자전거 타러 어디까지 가 봤니_ 1편. 대한민국 국토종주]
계속 이어집니다.
자전거 국토종주 7일 일정
2일 차: 여주 - 수안보 92.5k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