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 대한민국 국토종주 _ Day 7
Day 7. 마포에서 인천 40.3km
마포에서 인천 아라서해갑문까지의 자전거길 40.3km. 인천에 가까워질수록 맞바람이 심하다. 속도가 잘 나지 않지만 페달을 밟는 마음만은 가볍다. 거의 끝이 보이기 때문. 달리고 달려 마침내 국토종주 인증 수첩에 마지막 스탬프를 찍었다. 2017년 5월 20일의 일이다.
자전거 국토종주는 ‘업힐(Uphill) 2개만 넘으면 된다’는 남편의 말에 호기롭게 시작했다. 자전거에 입문한지도 얼마 안 됐는데 어디서 그런 자신감 내지는 도전정신이 나왔는지 모르겠다. '평소 주말이나 휴일에 틈틈이 한강에서 자전거를 타기는 했으니까'라는 무모한 자긍심의 발현이었을 수도 있고, 이제 막 라이딩에 재미가 붙어가고 있던 시점이었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 ‘출발하면 어디든 도착은 하겠지’라는 일단 저지르고 보자는 심사도 한몫했다. 아무튼 그때는 우리나라 국토의 70%가 산이라는 것을 깜박하고 있었다. 서울을 벗어나자마자 맞닥뜨린 언덕을 시작으로 매일같이 하나에서 두 개의 언덕 또는 산을 넘어야 했다. 남편이 언급했던 ‘업힐 2개’는 해발고도 362m의 소조령과 548m의 이화령이었다. 사전을 찾아보면 ‘령(嶺)’은 산봉우리, 산마루(산등성이의 가장 높은 곳)의 고개를 뜻한다. ‘업힐’이라고 쉽게 이야기하기엔 높아도 너무 높다.
서울을 출발해서 부산에 도착하기까지 꼬박 6일이 걸렸다. 종주 전체 길이가 633km이니 하루에 평균 100km 정도를 달린 것이다. 자전거를 잘 타는 사람들은 국토종주를 3~4일에도 주파한다고 하던데 장거리 라이딩이 처음인 나에게는 하루 100km도 체력의 한계를 시험하는 일정이었다. 보통 오전 8~9시쯤 출발해서 해가 넘어가기 전에 라이딩을 마쳤다. (시골길은 해 떨어지자마자 칠흑같이 깜깜했다.) 그렇게 생각하면 식사 시간과 쉬는 시간을 빼도 하루 대여섯 시간을 안장 위에서 보낸 것이다. 6일 연속 하루 6시간씩. 이쯤 되면 자전거가 바퀴에서 출발해 페달을 거쳐 내 다리까지 연결된 내 몸의 일부 같다.
7일째, 남아있던 마포에서 인천구간을 달려 드디어 완주에 성공했다.
몇 주 뒤 국토종주 인증서와 메달이 집에 도착했다. ‘귀하는 633km의 대한민국 국토종주 자전거길을 종주하였음을 인증합니다.’ 국토교통부와 행정자치부 로고가 떡 하니 박혀 있는 인증서와 올림픽 금메달이라도 되는 것처럼 빛이 나는 메달.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그럴싸한 모양새에 뭐 대단한 일이라도 해낸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여권에 입국 도장을 찍듯 인증 수첩에 인증 도장이 하나씩 모일 때도 성취감을 느꼈는데 메달이라니 마음이 벅찼다. 아, 이래서 다들 자전거에 한 번 빠지면 계속 도전하는구나 싶었다.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문학사상, 2009)』라는 회고록에서 40년 작가 인생을 ‘달리기’와 함께 했다고 고백한다. 책의 서문에서 그는 계속 달린다는 것이 자기 자신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지 찾기 위해 글을 썼다고 밝혔다.
나도 궁금했다. 국토종주가, 자전거 라이딩이 나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지. 아마추어라고 부르기에도 턱없이 부족한 실력이지만 그래도 라이딩을 즐긴다는 것은 분명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나도 한번 글로 남겨 보기로 했다. 서울에서 부산까지의 633km를 시작으로 지금까지의 라이딩을 회상하며 글을 써 내려갔다. 자전거 페달을 굴리듯 멈추지 않고 펜을 굴리다 보면 ‘내 인생에서 자전거가 갖는 의미’라는 목표 지점에 도달할 수 있지 않을까.
[자전거 타러 어디까지 가 봤니_ 1편. 대한민국 국토종주]
계속 이어집니다.
자전거 국토종주 7일 일정
7일 차: 마포 - 인천 40.3k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