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적당한 속도

1편. 대한민국 국토종주 _ Day 4.

by 이연미

Day 4. 문경에서 칠곡군 102.9km


출발할 때부터 큰 걱정이었던 소조령과 이화령을 넘고 나니, 어쩐지 국토종주를 끝까지 완주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이제부터는 인내심과의 싸움이다.


자전거 안장통은 다행히 견딜 만했는데, 대신 무릎과 허리가 아팠고 그중에서도 손목의 통증이 가장 심했다. 로드바이크를 탈 때 올바른 자세로 보통 코어에는 힘을 주고 핸들은 부드럽게 잡으라고 한다. 어설픈 초보 라이더인 나는 나도 모르게 핸들을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가고(특히 내리막길에서 빠른 속도를 제어하기 위해 브레이크를 꽉 쥐고 탔기에) 오래 달리다가 기운이 빠지면 팔에 체중을 기대서 탔기 때문에 손목이 아픈 것이다. 한 번 아프기 시작한 손목은 자전거가 울퉁불퉁한 바닥에 덜커덕거릴 때마다 충격이 그대로 전달됐다. 결국 어젯밤 숙소 근처의 약국에서 손목 보호대를 샀다. 그렇게 남은 거리를 달리는데 꼭 필요한 아이템을 하나 장착했다.




국토종주 자전거길은 대체로 정비가 잘 되어 있는데, 일부 관리가 미흡한 구간들이 있었다. 가끔씩 비포장도로나 자갈길을 만나기도 했고, 노면이 갈라지거나 요철이 있는 부분들은 항상 주의해야 했다. 지난 폭우나 태풍에 유실된 구간들은 우회하라는 안내 표지판이 있었다. 서울 한강 자전거길 같기를 기대하면 당혹스러울 수 있지만, 전국의 자전거길을 관리한다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면 아쉽긴 하지만 이해할 수 있다.


간혹 헷갈리게 표시된 길에서는 멈춰서 지도를 보는 것이 좋다. 자칫 잘못 들어서면 기껏 달린 길을 돌아 나와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아까운 힘을 낭비했다고 생각하는 것보다는 길을 헤매지 않았다면 보지 못했을 풍경을 보았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해진다. 때로는 우연히 숨겨진 멋진 장소를 발견하기도 한다.


자전거길은 거의 대부분 한적했다. 사람마다 자전거를 타는 페이스가 달라서인지 드넓은 풍경 속을 우리 둘만 달리는 시간이 많았다. 자전거 바퀴를 돌리는 소리와 몇몇 자연의 소리 외에는 주위가 고요했다. 무엇보다도 자전거의 너무 빠르지도 너무 느리지도 않은 속도가 참 좋았다. 자연경관을 감상하기에, 사색에 잠기기에 딱 적당한 속도. 자동차는 속도가 빠르고 효율적이지만 경치를 감상하기엔 너무 빨리 지나쳐 간다. 사람이 걷는 속도는 사색하기에는 좋지만 같은 풍경을 오래 보다 보면 지루할 수 있다. 반면에 자전거는 내 다리가 동력이기에 속도를 조절해가며 마음껏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내 속도에 따라 앞서 달리는 남편이 멀어졌다 가까워졌다 하는데, 이 공간과 시간이 오롯이 나만의 것이 되었다가 우리 둘이 공유하는 것이 되었다가 하는 것도 자전거만의 매력이다.


IMG_20170502_224357_154.jpg 저 멀리 앞서서 달리는 남편. 오롯이 혼자만의 공간과 시간이 된다.


자전거를 타면서 알게 된 또 하나는 우리나라 곳곳에 잘 알려지지 않은 아름다운 장소들이 너무나 많다는 것이다. 지칠 때쯤 갑자기 눈 앞에 펼쳐지는 노란 유채꽃 밭. 해질 무렵의 오묘한 하늘빛과 그 하늘이 그대로 투영된 강의 반짝이는 수면. 사진에 담고 싶지만 멈출 수가 없을 때는 한참을 바라보며 눈에 담았다. 102.9km를 달리면서 오늘도 수십 장의 풍경 사진을 기억 속에 간직했다.


IMG_20170502_184123_289.jpg Strava _ 문경에서 칠곡군까지 102.9km 라이딩



[자전거 타러 어디까지 가 봤니_ 1편. 대한민국 국토종주]

계속 이어집니다.


자전거 국토종주 7일 일정

1일 차: 마포 - 여주 107km

2일 차: 여주 - 수안보 92.5km

3일 차: 수안보 - 문경 53.9km

4일 차: 문경 - 칠곡군 102.9km

5일 차: 칠곡군 - 남지읍 107km

6일 차: 남지읍 - 부산 99.4km

7일 차: 마포 - 인천 40.3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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