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 대한민국 국토종주 _ Day 5.
Day 5. 칠곡군에서 남지읍 107km
자전거 국토종주 5일째, 이제 매일 일정한 거리를 달리는데 몸이 어느 정도 맞춰진 느낌이다. 그래도 몇 시간씩 페달을 밟다 보면 여전히 힘에 부치는 순간이 오는데 그럴 땐 무작정 달리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적절한 타이밍에 휴식을 취하고 충분한 수분을 섭취하면서 간식거리로 에너지를 보충해주어야 ‘봉크(더 이상 페달링을 하기 힘들 정도로 완전히 지친 상태를 말하는 자전거 용어)’가 오지 않는다. 완전히 에너지가 고갈된 상태까지 자전거를 타게 되면 다시 정상 컨디션으로 회복되는데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장거리 라이딩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건 지속적인 에너지 공급이다. 매일 아침 편의점에 들러 생수는 물론이고 에너지바, 바나나, 양갱 등 간식류를 사두는 게 좋다. 의외로 국토종주를 하다 보면 자전거길 주변으로 망망대해처럼 들판만 펼쳐지고 슈퍼나 편의점을 찾기 힘든 경우가 많다. 식당도 지도를 보며 짐작했던 것보다 한참을 더 달려야 나타나기도 해서 끼니 시간을 넘기기도 일쑤다. 이럴 때 간단한 먹을거리를 미리 준비해 놓으면 낭패를 피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간식 하나하나가 그렇게 소중할 수가 없다. 국토종주 중에 먹은 삼각김밥은 지금까지 내가 먹어 본 삼각김밥 중에 가장 맛있었다. 밥 한 톨 흘리지 않겠다는 의지로 두 손으로 삼각김밥을 꼭 쥐고 먹는 나를 보고 남편이 웃음을 터뜨렸다. 양갱은 (언제 적 양갱인가 싶지만)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 사이에서 빠르고 간편한 보급식으로 인기다. 평소에는 달아서 잘 먹지 않지만 라이딩 중에는 당이 떨어져 기운이 달릴 때 먹으면 효과 만점이다. 가장 효과가 빠른 건 역시나 에너지젤이다. 오르막을 앞에 두면 마지막 한 방울도 놓치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파워젤’을 끝까지 짜 먹게 된다.
반면에 라이딩 중 식사는 주의가 필요하다. 너무 적게 먹어도 안되지만 너무 많이 먹어도 속이 부대껴서 자전거를 탈 수가 없다. 맵고 자극적인 음식도 되도록이면 피하는 게 좋다. 물론 드문드문 보이는 식당에서 메뉴까지 입맛대로 고르기는 쉽지 않지만 말이다. 식사 후에는 소화를 위해 잠시 휴식이 필요하지만 너무 길게 쉬면 몸이 늘어져서 자전거에 다시 오르기가 싫어진다. 처음 며칠 시행착오를 겪고 나니 장거리 라이딩을 위해서는 적절한 휴식과 에너지 공급으로 내 몸의 상태를 최적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몸소 깨달았다.
Life is like riding a bicycle.
To keep your balance,
you must keep moving.
자전거 라이딩을 인생(Life)에 비유하는 표현이 많은 건 어쩌면 당연한지도 모르겠다. 살면서 앞만 보고 달리다 보면 어느샌가 에너지가 고갈되어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아 버리게 된다. 이렇게 완전히 ‘멈춤’의 상태에 빠지기 전에 자신의 삶에서 ‘나아감’과 ‘쉼’을 적절히 조절하는 것이 필요하다. 장거리 라이딩처럼 인생도 빠르고 느린 것보다는 나아가고 쉬는 나만의 리듬을 꾸준하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삶의 동력을 잃지 않도록 적절한 타이밍에 연료를 충전해주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개인마다 상황마다 다르겠지만, 교육이나 문화, 인간관계 등이 그 연료의 역할을 할 것이다.
오늘도 끝도 없이 펼쳐진 시골길을 달렸다. 오늘의 자전거길 구간에는 국토종주에서 악명 높은 업힐 중 하나인 박진고개가 있다. 잠시 고민하다 우리는 우회하기로 결정했다. 내 실력을 웃도는 코스인 데다 시간까지 늦어져 자칫 라이딩을 포기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다. 우회하는 길도 만만치 않게 험하게 느껴졌지만 휴식과 간식으로 에너지를 보충하면서 목적지 남지읍에 무사히 도착했다.
숙소에 짐을 풀고 저녁을 먹기 위해 읍내로 나갔다. 저녁만큼은 아무 걱정 없이 양껏 먹을 수 있기에, 단백질도 보충할 겸 고칼로리의 시골 통닭을 먹었다. 오늘의 라이딩을 자축하는 맥주도 한 잔 곁들이면서. 운동 후에 뭐는 맛있지 않겠냐마는 통닭과 맥주의 조합은 역시 꿀맛이다. 이 맛에 자전거를 탄다.
[자전거 타러 어디까지 가 봤니_ 1편. 대한민국 국토종주]
계속 이어집니다.
자전거 국토종주 7일 일정
5일 차: 칠곡군 - 남지읍 107k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