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호모 구거투스 Oct 24. 2016

어떤 명문고에도 기죽지 않을 자신감

 영일고에서 내가 배운 것 #06

글, 이 정(35회. 2016년 졸업)



정들었던 영일고등학교를 떠나 대학이라는 새로운 사회로 발을 내디딘 지도 어느덧 반년이 훌쩍 지났다.


사실, 처음에 상경했을 때에는 대학 생활을 하면서 만나는 친구들의 대부분이 외고, 특목고 출신에다 이름만 대면 다들 알 만한 강남의 명문 고등학교 출신인 것에 무척 놀랐다. 지방 출신 친구들 또한 대부분이 나와 같은 일반고 출신이 아니라 외고 출신이었다. 그들이 자신을 ‘○○고등학교 출신’이라고 소개할 때 나는 ‘포항에서 왔다’고 얘기할 수밖에 없었는데, 그들은 포항에 있는 영일고등학교의 존재를 알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뭐, 나는 그들에 비해서 내가 부족한 점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건 아무래도 내가 영일고등학교에 재학하면서 나의 자존감을 높일 수 있었기 때문인 것 같다.


나를 사랑하는 법을 배우다


중학교 때까지만 해도 나는 자존감이 굉장히 낮은 학생이었다. 그런데 영일고등학교에 입학하고 난 후로 나는 다양한 경험을 통해 나 자신을 성장시킬 수 있었다. 고등학교에 입학하기 전까지만 해도 나는 내가 토론에 소질이 있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고, 애초에 토론을 해 볼 기회도 없었다. 하지만 우연한 기회에 나가게 된 교내 독서토론대회에서 4강 진출이라는 꽤나 좋은 성적을 거두고, 토론의 재미를 알게 되었다. 그리고 딱 일 년 후에 나는 교내 독서토론대회 준우승이라는 쾌거를 이룰 수 있었다. 이처럼 나는 영일고등학교에서 그 전에는 알지 못했던 새로운 나의 재능들을 찾아낼 수 있었고, 이는 후에 내가 꿈을 정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되었다.


보통 포항에 있는 다른 일반고등학교의 교육은 정말 ‘입시만을 위한 공부’에 치중한다면, 영일고등학교의 교육은 그들과는 조금, 아니 매우 달랐다. 학생들이 다양한 체험 활동을 통해서 스스로 무언가를 얻을 수 있었으며, 딱딱한 수업이 아닌 토론식 수업활동이기에 늘 활기찼다. 또한 선생님들과 학생들 사이의 관계도 굉장히 친밀한 편이었다. 나는 단언컨대 이런 교육을 받은 영일고등학교 학생들이 그 어떤 명문고등학교 학생들보다도 더 큰 성장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대학생활 박람회(Univ Expo)에서 동아리(AIESEC-국제리더십학생협회) 홍보 및 체험 부스 운영


서울 강남의 최우수 학생을 과외해 보니,


여름방학 때 나는, 대한민국 교육의 중심지라고 불리는 강남에서 과외를 한 적이 있다. 소위 말하는 강남 8학군 학교에서 전교 2등으로 문과에 진학한 고등학교 2학년 학생이었다. 그런데 그들의 현실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참혹했다. 탐구 과목조차도 학원과 과외를 병행했는데, 학생들은 부모님의 꼭두각시 인형 같았다. 자신들이 뭘 해야 하는지 모른 채 엄마가 짜주는 스케줄에 맞춰서 생활했다. 심지어 교과서와 참고서의 위치도 학생은 몰랐다. 시험 시간표도, 시험 범위도 모두 학생의 엄마가 관리했다. 학생이 집에 없더라도 나를 비롯한 다른 과목의 과외 선생님들은 각각 다른 방으로 흩어져서 학생이 해야 할 교과서 요점 정리를 대신해주고 있었다. 그래. 물론 그 학생의 성적은 뛰어났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목표로 하는 학생이라고 했다. 아마 큰 이변이 없다면 그 학생은 서울대 경제학과에 입학할 것이다. 그리고 이 사회의 기득권층을 담당하겠지.


하지만 나는 그렇게 꼭두각시로 자라온 학생보다는, ‘그 학생보다 못한 대학에 갈지는 몰라도, 스스로의 힘으로 노력하고 다양한 도전을 해본 경험이 있는 영일고등학교 학생들이 훨씬 더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재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여러분이 영일고등학교에서 평생을 함께할 좋은 친구들을 만나고, 평생을 감사할 은사님들을 만나고, 끊임없이 도전하며 여러분의 꿈을 키워 나갔으면 좋겠다. 그리고 꼭 다양한 경험을 통해서 자신이 진짜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생각해 볼 기회를 많이 가졌으면 좋겠다. 대학에 오기 전에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이 무언인지 알고 입학하는 것과 아닌 것은 굉장한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진 설명]

*왼쪽: 혜화에 대학 동기들과 놀러 갔던 날.

*가운데: 대외 활동인 ‘우리말 가꿈이’ 10월 월별 활동을 준비하던 날.

*오른쪽: 고려대학교에 재학 중인 지인이 표를 구해줘서 축제인 입실렌티에 놀러간 날.



상상하자


고등학교 시절에 무언가를 꿈꾸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것 같다. 나는 공부를 그렇게 열심히 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늘 신촌에서 대학 생활을 하는 상상을 했다. 그리고 그 상상은 이루어졌다. 여러분도 영일고등학교에서 여러분의 상상의 나래를 마음껏 펼쳤으면 좋겠다.



글, 이 정(35회. 2016년 졸업)

안녕하세요! 현재 이화여자대학교 인문과학부에 재학 중인, 영일고등학교 35회 졸업생 이정입니다. 이런 뜻깊은 활동에 참여할 수 있게 되어서 기쁘게 생각합니다. 부족하지만 제 글이 많은 분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졸업이 싫었어> 프로젝트는 영일고 졸업생들이 재학 중 미래의 의미 있는 삶을 준비하고, 더 넓고 따뜻한 관점으로 세상을 대하는 사람으로 성장한 기록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학교로부터 얻은 긍정적 영향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