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이의 크루 에세이05]최근에 당신이 가장 뿌듯했던 소비는 무엇인가요
선생님 요가하면 정말 어깨 아픈 게 사라질까요?
불과 한 달 전, 집 근처 요가원에 등록했다. 지난번 에세이에도 잠시 적었지만 나는 초중고 시절부터 운동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다. 수학 문제보다 체육시간을 더 싫어했었다. 한강 러닝을 뛸 수 없는 미세먼지의 공습이 이어지던 어느 날, 저녁 식사시간 맞은편에 앉아 핸드폰을 보던 엄마에게 집 근처 요가원에 등록했다고 말을 했다. 엄마는 의심 반 걱정 반 섞인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몇십만 원에 가까운 등록비를 쿨하게 결제할 수 있었던 이유는 간단했다. 하루 종일 목과 어깨, 손목으로만 제한되는 움직임을 반복하고 있자니 몸 전체가 땅으로 고꾸라져도 이상하지 않을 노릇이었다. 아침에 일어나면 어김없이 다리는 고무풍선처럼 팅팅 부어있었다. 세수를 하러 들어간 욕실에서 둥글게 말려있는 나의 어깨를 확인한 그날, 출근하는 지하철에 타자마자 집 근처 요가원을 샅샅이 검색했다.
요가원에 방문하자, 선생님은 아주 친절한 목소리로 (이따끔씩 나의 눈치를 살펴 가며) 요가를 하게 되면 바뀌는 몸의 변화에 대해서 친절히 설명해주셨다. 하지만 그런 그녀의 수고가 무색하게도 어떤 말을 듣던 상관없이 나는 당장 카드를 긁을 준비가 되어있었다. 하루빨리 자기 전까지 욱신거리는 어깨와 허리 통증에서 해방되고 싶었기 때문이다.
‘아니.. 이런 걸 입는다고..?’ 생각이 절로 드는 손톱만한 사이즈의 요가복을 힘겹게 갖춰 입고 방문한 첫 수업 날, 한눈에 봐도 수련실 앞쪽은 오래 운동하신 분들의 자리가 분명했다. (운동 전 스스로 몸을 푸는 자세가 예사롭지 않았다) 그 기세에 쫄려버린 나는 눈치를 살피며 맨 뒤에 위치한 매트에 자리를 잡고 수업이 시작되길 기다리는 찰나! 한눈에 봐도 노련한 고수미가 풀풀 풍기는 요가 선생님이 등장했다.
키 커지듯이 손을 머리 위로 쭉 올리며 호흡 유지하세요!
어떤 동작 하나 쉽게 따라 할 수 없었다. 합장 한 손을 머리 위로 쭉 뻗고 왼쪽 다리로만 몸을 지탱하자 다리가 후들거리기 시작했다. 거울 속 떨리는 다리로 힘겹게 서있는 나의 모습이 스스로 민망할 정도였다. 하지만 하루빨리 거북이처럼 단단히 굳어있는 어깨 통증에서 벗어나고 싶어 열심히 수업에 참석했다. 그리고 생각보다 그 효과는 빨리 나타났다. (얼마나 운동을 안 했던 몸이면... 또한 그동안 살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은 붓기였던걸 깨달았다. 거의 풍선인형 급..) 3주가 체 되지 않은 시점, 열심히 매트 위에서 땀을 흘리자 정말 신기하게도 이전 보다 허리가 펴진 옆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물론 어깨도 그 이전보단 훨씬 덜 아팠다.
몸의 변화를 확인한 후, 진짜 요가의 진가를 확인하는 시간을 경험했다.(이걸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지만) 요 근래 회사에서 한동안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 워낙 나의 멘탈이 개복치이기도 하지만, 누군가의 공격적인 피드백을 들으면서 업무를 이어나가는 것이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지하철에서 멍하게 서있다 내려야 하는 역을 몇 번 놓치기도 했다. 하루 종일 일을 하다 집에 와도 마음 한편의 걱정이 꿈에서까지 나타났다. 머릿속에 지워버릴 수 없는 생각이 가득했기 때문에 도망가고 싶어도 도망갈 수 없었다. 악몽이었다.
스트레스가 쌓이자 우울감이 어김없이 찾아오고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날 쿨하게 긁어버린 나의 몇십 만 원이 너무 아까웠다 (야근하고 철야하며 힘들게 번 돈을 낭비할 수는 없었다) '결국 나는 끝까지 돈의 노예인가..'스스로도 이해하지 못할 생각을 하며 요가원으로 향했다.
스스로 다독이며 요가를 했다고 생각했지만, 오히려 요가는 나 자신을 다독여 주었다. 몸의 움직임, 그리고 집중, 이마에서 떨어지는 땀을 통해 나를 괴롭히던 생각에서 잠시 나마 벗어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머리가 살짝 띵-해질 때까지 숨을 내뱉고 들이 마시고, 땀을 뻘뻘 흘리며 힘든 동작 하나하나에 집중하나 보면, 실타래처럼 엉켜있던 생각들은 사라지고 온몸의 신경에 집중할 수 있었다. 요가는 이렇듯 나를 괴롭히던 부정적인 생각과 걱정거리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길을 만들어 주었다. 수련 1시간은 초조함과 불안함이라는 바다에서 허우적거리는 내가 잠시나마 육지로 올라오는 시간이었다.
그렇게 힘든 맘을 다스리며 운동을 이어나가자 도저히 무리라고 생각했던 자세에 성공한 날도 있었다. 삶의 성취감이 거의 제로에 가까웠던 시기였으니 작은 동작 하나라도 성공하면 그게 그렇게 기쁠 수가 없었다. 그리고 나름 짧은 시기에 몸이 풀어졌기에 요가를 하지 않았으면 죽을 때까지 몰랐을, 생각보다 유연한 나의 몸을 발견한 것 같아서 신기했다.
물론! 맘 속의 슬픔이가 어느 정도 사라진 지금도 시간이 되는 한 열심히 요가를 하고 있다. 그리고 나름 맨 뒷줄에서 벗어나 두 번째 줄에 있는 매트까지 진출(?)한 성과도 생겼다. 여전히 쉽지 않은 동작들로 땀을 흘리고 있지만 호흡에 집중하고 온 몸에 있는 근육의 밸런스를 맞추다보면 다음 날 다시 일할 수 있는 맑은 정신을 얻을 수 있다. 그리고 야금야금 요가복을 사모으는 재미까지! 이름도 귀여운 룰루레몬 요가복을 7월에 떠나는 미국 여행에서 잔뜩 사올 예정이다.
6개월이 끝나는 11월까지 꾸준히 수련하고 있을 내 모습을 기대하며 글을 끝마쳐본다. 그리고 이 글을 여기까지 다 읽은 당신이 '나도 요가..?'라는 생각을 잠시 떠올렸다면! 당장 그 생각을 실천에 옮기라고 응원하고싶다.
'모두들 요가 한 번 해볼실래요..?"
비저너리의 크루 에세이 시즌 2부터는 비저너리 달력 뒤에 있는 그 달의 질문 중 하나를 골라한 주에 한 번, 월요일 아침, 크루들의 진솔한 답변으로 채워 나갑니다. :) 이 글을 보시는 여러분들도 바쁜 일상 속 생각에 잠기실 수 있도록 최근 한 달(4개)의 질문들을 공유합니다. 그리고 이번 한 주는 다음 질문 중 하나를 깊이 생각해보면서 어딘가에 답해 보는 시간을 갖는 건 어떨까요?
<지난 크루 에세이>
[우정]
정말 친해지고 싶은 사람이 생기면, 어떻게 친해질 수 있을까요?
나는 친구들에게 어떤 존재일까요?
내 연락을 기다리는 사람이 있을까요?
최근에 당신이 가장 뿌듯했던 소비는 무엇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