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62] 나의 사랑 고백
[제이영의 크루에세이 06] 내 생에서 가장 깊은 감정으로 교류한 사람은
당신의 생에서 가장 깊은 감정으로 교류한 이는 누구인가요?
처음 이 질문을 보았을때, 내가 스무살 될 무렵 나 자신보다 사랑했던 구구절절한 내 첫사랑 애기를 쓸까, 아니면 13년 된 절친의 이야기를 쓸까 했는데, 갑자기 강렬한 감정들과 함께 그녀의 생각이 났다. 정확히 말하면 '애증'이라는 단어와 함께 말이다. 애증의 사전적 정의는 좋아하는 감정과 싫어하는 감정의 공존이라는 뜻이다. 영어로는 love-hate relationship. 신기하다. 어떻게 좋아하면서 싫어하는 감정이 같이 공존할 수 있지? 그러나 이 단어가 나와 그녀의 관계를 설명하기 제일 정확한 단어인 것 같다.
시작하자마자 주인공이 차에서 뛰어내리는 영화 레이디버드
왼쪽이 레이디제인역을 맡은 새얼사 새넌과, 오른쪽이 엄마이다[출처 : 접속 무비월드]최근 봤던 영화중에 '레이디 버드'라는 영화가 있다.(내가 좋아하는 새얼사 새넌이 여주인공으로 출연한다). 영화의 첫 장면은 주인공인 새얼사 새넌이 달리는 차에서 뛰어내리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고향을 벗어나 동부로 대학을 가고싶은 딸과, 현실적으로 비싼학비를 대줄 형편이 못되니 서부 주립대를 가라고 하는 엄마의 대화 속에서 새얼사 새넌은 차문을 열고 뛰어내린다. 그 결과 팔에 깁스를 하게된다.
팔 깁스에 '엄마 최악이야' 라고 써놨다. 현실적인 모녀관계 [출처 : 접속 무비월드]영화보는 내내 울엄마와 나인 줄 알았다. 차문을 열고 뛰어내린 적은 없지만, 뛰어내린 여자 주인공의 마음도 이해가 갔다. 현실적으로 뼛속을 때리는 핵직구를 던지는 엄마의 말은 항상 비수처럼 가슴에 꼿힌다. 엄마와 말다툼을 하게 되면 감정이 저 밑바닥까지 치닫는다. 엄마랑 나랑은 연애하는 것도 아닌데, 마치 연애할 떄 남자친구랑 싸우게 되면 감정이 밑바닥까지 치닫는 것처럼 말이다. 서로를 너무 잘 알기 떄문에, 무엇이 상처를 줄 수 있는 말인지 알기 떄문이다.(엄마 미워)
엄마와의 관계는 항상 갈등의 연속이었다.
너를 키우는데 돈이 얼마나 많이 들었는데
내가 돈 벌면 다 갚고, 엄마랑은 인연을 끝낼거야 (나도 내 생에서 한번은 들어보고, 해본적이 있는 말) [출처:접속 무비월드]영화 중반부에 레이디버드의 엄마가 '너를 키우는데, 돈이 얼마나 많이 들었는데.'라고 하자 레이디버드는 종이를 엄마에게 주면서 나를 키우는데 얼마가 들었는지 그 액수를 종이에 적으라고 한다. 그러면서 '내가 다 갚고 엄마랑은 인연을 끝낼거야.'라고 던져서는 안될말을 던진다. 이에 엄마는 '너는 못해. 그 돈을 갚을 능력도 없고, 그럴만한 좋은 직장에도 못 갈거야.'(엄마는 강하다)라고 하니 레이디버드도 분노에 찬다. 정말 현실적인 모녀 관계이다. 영화를 보면서 내가 자라면서 엄마에게 많이 들었던 말들 두개를 뽑아봤다. 1위는 너를 키우는데 돈이 얼마나 많이 들었는데였고(나는 돈먹는 하마였다. 부인하지 않겠다.) 2위는 너도 너같은 딸 꼭 나아서 너가 그렇게 원하는대로 키워봐라 맘대로되는지 였다. 나도 기분이 상할때 엄마에게 상처주는 말은 "나는 엄마처럼 살지 않을거야." 였다.지금 생각해보면 왜 그럤는지 모르겠다(젊은날의 내가 잘못했네.)
엄마와 나의 관계
1)내 이름을 지어주신 분( 일주일은 국어사전을 찾아가며 자영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셨다. 내 이름은 사랑받고 부귀영화를 누리라는 뜻이다)
2)애증 관계 :: 격하게 다투면서도 서로를 너무나 사랑하는 (서로 떨어져 있을떄 더 애뜻해지는 것 같다)
3)나의 물주이며 정신적 지주
4)다른 개체지만 서로의 기쁨과 슬픔을 함께 한다. (내가 합격하면 본인이 시험에 합격한것처럼 행복해하시고, 내가 아프면 '밥을 안 먹으니까 그모양이지.' 라고 타박하면서도 함께 속상해 하신다)
5)너무나도 다르다. (공과금 마감일이 31일까지면, 1일에 내야하는 사람이다. 약속시간 2시간전에 가시는분. 저녁 7시면 밖은 위험해 하시면서 집에 있어야 하시는분)
6)내가 세운 모든 계획에 반대하지만, 나중에 전폭적으로 지지해주 시는분
7)내가 돌아갈 곳. 나의 울타리. 나의 절친(연애 상담 뺴고 다한다. 모든 것을 다 말할 수 있는 가장 친한 절친인데, 엄마 없는 세상은 생각하기도 싫다.)
8)딸이 최고인 고슴도치 엄마(너는 얼굴이 커서 달덩이 같아서 이쁘다. 다리가 굵어서 건강해서 좋겠다.ㅠㅠ)
나는 엄마처럼 살지 않을거야
나는 엄마처럼 살지 않겠다고 생각했던 적이 많다. 엄마 자신의 삶은 없이, 가족하고 집 밖에 모르는 모습이 답답했다. 가족을 위한 돈은 아까워 하지 않으면서, 본인 위한 화장품은 항상 최저가로, 최소한으로 하는 엄마의 모습이 싫었다. 엄마 본인을 위한 삶을 살았으면 했다. 나는 이렇게 엄마한테 받은 사랑을 충분히 돌려주지 못할 것 같은데 말이다. 나를 보며 "너는 좋겠다. 하고 싶은거 다 하고 살아서."고 말하면서 나의 성취를 본인의 기쁨으로 받아들이신다. 나는 항상 나의 행복과 엄마의 행복은 상관관계가 있을 수 있지만, 별개임을 강조하지만 엄마의 행복과 나의 행복은 맞닿아 있다. 나는 내가 다 노력해서 내가 다 잘나서 이룬건줄 알았는데, 나 스스로만의 노력으로 성취된것임이 아니었음을 이제서야 꺠닫는다. 엄마는 내가 항상 최고의 모습이길 바란다. 내가 꿈꾸는 내 모습이 꼭 되어서 항상 행복한 모습이길 바란다. 반대로 나는 엄마의 행복을 바란다. 엄마가 오래오래 살았으면 좋겠다. 지나가는 소리로 내 미래 남편에게 폐가 안되게, 내가 사는 아파트 옆동에 살거라고 말하는데, 나는 엄마가 건강하고 오래오래 살았으면 좋겠다. 내가 하고싶은 것 다 하는 모습을 보면서 말이다.
모든 잔소리는 나를 자라게 해준 것들 이었다.
떨어져 있을때 더 애뜻해지는 우리 모녀의 관계 :: 엄마딸 잘할거야. (출처 : 마미몬)거울을 보니 누군가와 많이 닮아있는 내 모습을 본다. 내 많은 것이 그녀에게 배웠음을, 잔소리라고 생각했던 모든 것들이 돌이켜보니 나를 자라게 해준것이었음을 꺠닫는다. 울 엄마는 사랑한다는 표현을 많이 사용한 적이 없다. 대신 사랑한다는 말은 '우리 공주 왜이렇게 이뻐.' '공주 달덩이 같네.' '우리딸' 등의 표현에 담겨서 전해졌다. 나는 엄마와의 사랑을 바탕으로 이렇게나 성장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나는 엄마의 행복을 바란다
감정에는 사랑, 분노, 기쁨, 감사, 슬픔, 우정, 존경 등 여러가지 것들이 있다. 가족과의 관계는 다른 사람과의 관계로 확장된다고 생각한다. 나는 엄마와의 관계를 통해 이 모든 감정들을 배울 수 있었고, 그 결과 누군가에게 사랑을 줄 수도 있고, 받기도 할 수 있게 되었다. 엄마는 내가 항상 최고의 모습이며, 행복하길 바란다. 나는 엄마의 행복을 바란다. - 나의 사랑 고백 끝 -
•돌아가고싶은 순간은 언제인가요?
•하루 중 가장 길게 느껴지는 시간은
•하루 중 가장 길게 느껴지는 시간은
•지금껏 내가 해온 순간 중 가장 뿌듯했던 순간은 무엇인가요?
[에세이 61] 스스로에게 거짓말하지 않기를
당신의 생에서 가장 깊은 감정으로 교류한 이는 누구인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