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이의 크루 에세이 06]
지금껏 내가 해온 순간 중 가장 뿌듯했던 순간은 무엇인가요?
8월 한 달 주제는 하나같이 너무나도 어려웠다. 보통 주제를 보면 당장은 아니더라도 글감이 머릿속에서 조금씩 정리된다. 하지만 이번 달 주제들은 하나같이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나마 지금 나의 노력(?)과 관련있는 주제를 골라 에세이를 이어가려 한다.
자리에 앉은지 30분이 넘었지만 제대로된 문장 하나 적지 못했다. 그 동안 나는 크루에세이에 어떤 이야기를 적어 놓았을까 싶어 예전에 작성 한 글들을 읽어보았다. 그 중 하나, 내가 제일 심적으로 힘들었을때 적었던 글이 눈에 읽혀 들어왔다. 원하던 기업에 그리고 내가 상상했던 나의 삶이 그리 행복하지 않을 것임을 확인하고 한 동안 힘들었던 심정을 풀어놓은 글이었다.
행복하지 않을 것임을, 그때의 나의 단정 지음은 지금 생각해봐도 맞는 생각이었다. 경제적인 측면에서 아쉽긴 하지만 오히려 더 잘됐다고 종종 생각하기도 했다. 고개를 끄덕거리며 무심하게 글을 읽어내려가다 나지막히 탄식을 내버렸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목표가 이루어진 셈이었다. 3주전 미국 여행을 다녀왔기 때문이다.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적기 시작했다.
하지만 몇 분 동안 고민하면서 적어내려 간 건 ‘멀리 여행가기’ 정도 였다.'
그리고 그 밑에는 또 다시
'이제 더 이상은 미루지 말아야 겠다고 생각했다. 힘들면 힘들다고, 하기 싫으면 싫다고, 하고 싶으면 싶다고 스스로에게 여유를 줘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런 문장이 적혀있었고,
이제 무얼 해야하는지 알고 있다.
이런식으로 글이 끝나있었다.
(지금 읽어보니 꽤 비장(?)하다)
사실 저 글을 적고나서 내가 해야 하는 일을 바로 하진 못했다. 바쁘기도 했고 솔직히 밝히자면 잠시 잊어버리기도 했다. 흘러가는 일상에 치여 내가 하고 싶은것보단 해야하는 일을 위주로 다시 살기 시작했다. 그러다 올해 들어 20대 막바지에 접어든 나의 나이를 확인하니 마음이 급해졌다. 한 살 이라도 어렸을 때 용기를 내어 내가 하고싶은 일들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출근 후 매일 아침마다 아이맥의 배경화면인 요세미티와 마주했다. 5K 화면으로 보는 요세미티 절경은 너무 멋있었다. 죽기전까지 '내가 과연 볼 수 있을까..?'라고 생각하다 '안될께 뭐가 있어' 라는 생각이 퍼뜩 떠올랐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더 이상 상상속 동화로만 이쁘게 그리고 싶지 않았다. 비행기표를 찾아보니 미주는 고정 노선이 많아 잘만 구하면 생각보다 저렴하게 갔다올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그 후 동행인 비저너리 정인님이 합류했고, 그렇게 7월에 난생 처음 열 몇시간 비행기를 타고 미국땅을 밟고 돌아왔다.
나름의 도전이었고 상상을 현실로 만든일이라 뿌듯했다. 여행을 갔다오고 나선 짧은 시간이었지만 잠시 엿봤던 미국 사람들의 삶이 제각기 개성이 넘쳐서일까, 아니면 나도 모르게 나의 무의식이 꿈을 이뤄서 일까. 조금 더 나 답게 행복하게 살고 싶어 메모장에 이런 글을 적어놓았다.
진정한 내 것 만들기, 진정한 나 표현하기
처음엔 너무 막연한 목표 같았는데 고민을 거듭할수록 변화가 생기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정말 좋은 것은 일상생활 속에서 '진정함'과 '나'를 두고 고민하다 보니 알게 모르게 스스로한테 스트레스를 주던 일이 많이 줄었다는 것이다.
어떤 일을 시작하던 (회사일 또는 주로 스스로 하는 공부와 프로젝트) 일단 지금 하는 일 안에서 무엇을 얻고 싶은지, 온전히 나의 것으로 만들려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해 보았다. 그렇게 하다보면 처음엔 막연했던 '하고 싶어서, 좋은 기회같아서, 하면 도움이 될 것 같아서'라는 단순한 목표들이 내가 진정으로 얻고 싶어하는 것들로 조금씩 구체화 되기 시작했다. 이 과정속에서 정말 좋았던 것은 나름의 '나만의 기준'이 생겼다는 것이고, 설령 프로젝트 상황이 생각했던 상황과 다르게 돌아갈지라도 나의 기준이 등대 역할을 해줄 수 있었다. 기대했던 상황은 아니더라도 나는 기준이 있었기 때문에 내가 생각했던 기준을 맞출 수 있는 다른 방법을 고민해보면 되는 것이었다.
또한 더 이상 '~하는 척'을 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사실 이 부분이 가장 어려운 부분이긴 했다. 직설적인것과 정중함 사이에서 밸런스를 맞추는 것이 처음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지금도 쉽진 않지만 다른 어떤 것들보다 근래의 스트레스를 많이 줄여주었다.
주로 과거에는 맞은편에 앉아있는 상대방의 눈치를 살피며 나의 진심보단 상대방이 원하는 답과 분위기를 만들어 주려 애썼다. 내가 생각했던 답이 아니더라도 무안한 상황을 만들기 싫어 습관적으로 내 생각과 감정을 숨기곤 했다. 그렇게 노력해 볼 틈도 없이 나는 상대방에게 내 생각과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고 멀리가서는 스스로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헷갈릴때도 있었다.
이제는 그렇게 순간의 위기(?)를 모면하지 말자고 생각했다. 직설적이진 않지만 나의 생각을 애둘러서라도 표현하다 보니 감정적인 스트레스에서 많이 해소되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그렇게 했던 일련의 과정들이 스스로를 북돋아 주는 작은 순간들이었고, 무작정 나 자신을 밑도 끝도없이 탓하고 미워하는 일이 많이 줄어들었다.
그리고 '진정함'과 '나'에 집중하다 보니 정말 좋았던것은 '나만의 기준, 나만의 관점'이 조금씩 생긴다는 것이다. 진정함 앞에서는 거짓말을 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머리가 지끈거리도록 많이 생각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 과정을 계속 밟다보니 나름의 '기준과 관점'이 생기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렇게 생긴 기준과 관점은 생각보다 큰 방패 역할을 해주었고, 감정적인 상황에서도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는 논리적인 근거를 만들어 주었다.
이렇게 근래 하고 있는 노력(?)들로 인해 조금 더 나의 삶의 주체로 살아갈 수 있어 기뻤다. 누군가는 당연히 자신의 삶은 자신것이라고 느끼고 살아왔겠지만, 내가 가지고 있는 생각을 펼쳐 나가는것이 미숙했던 나는 나의 삶에 조금씩 해방감을 느끼고 있는 중이다. 스스로에게 거짓말 하지 않고 다시 한 번 내가 원하는 것, 나의 생각을 확인하고 조금씩이나마 표현하는 지금에 가장 뿌듯함을 느끼며 글을 마무리 해본다.
비저너리의 크루 에세이 시즌 2부터는 비저너리 달력 뒤에 있는 그 달의 질문 중 하나를 골라한 주에 한 번, 월요일 아침, 크루들의 진솔한 답변으로 채워 나갑니다. :) 이 글을 보시는 여러분들도 바쁜 일상 속 생각에 잠기실 수 있도록 최근 한 달(4개)의 질문들을 공유합니다. 그리고 이번 한 주는 다음 질문 중 하나를 깊이 생각해보면서 어딘가에 답해 보는 시간을 갖는 건 어떨까요?
- 지난 크루 에세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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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껏 내가 해온 순간 중 가장 뿌듯했던 순간은 무엇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