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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저너리 Jul 15. 2019

[에세이 57] 고양이와 보내는 시간은 낭비가 아니다.

[Q. 누구와 함께 시간을 보낼 때 가장 짧게 느껴지나요?]


월요일의 지하철.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다 여기에 들어가는 거지 하는 생각이 들지만,

그래도 모두들 지각하지 않으려면 꾸역꾸역 몸을 밀어야 한다. 그런 지하철에서는 모두가 예민하다. 게다가 월요일인 경우엔  더욱..! 그래도 다행히 출근길 중간에 환승지점이 있어 이제 좀 편하게 가려나 했는데 어떤 아주머니께서 내리면서 나를 휙 하고 밀치고 가셨다. 너무 세게 밀어 고의적이란 생각에 아주머니를 바라보니 쿨하게 “뭐야?”하고 가셨다. ‘이익...!’ 월요일을 이런 기분으로 시작할 수 없다는 생각에 이 좁은 공간에서 기분 전환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생각하다가 귀여운 동물들의 사진을 업데이트해주는 인스타 계정에 들어갔다. 귀여운 동물들을 보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웃음을 짓게 된다.



출처 Google




고양이와 함께하는 시간은 빠르게 간다.



요즘은 고향에 못 내려 간지가 꾀 되었는데 집에 내려가면 고양이 제리가 날 반갑게 반겨준다. 사실 처음부터 반겨주지는 않고... 너무 오랜만에 내려가면 적응 시간을 가져야 한다. 반갑다고 갑자기 안아버리면 냥냥 펀치를 맞을 수도 있다. 집에 와서 짐 정리부터 하고 샤워도 하고 이것저것 하다 보면 어느새 제리가 따라다니며 나를 관찰하고 있다. 가끔 과하다 싶을 정도로 따라다니는데 화장실까지 따라올 때가 종종 있다. 궁금해서 검색해봤더니 고양이가 화장실 갈 때 따라오는 이유는 여러 가지로 추측되는 듯하다. 

1. 혹시 내가 물에 빠질까 봐 걱정돼서  2. 화장실 앞에서 기다리면 예뻐해 준다고 생각해서  3. 문이 닫혀있는 미지의 세계가 궁금해서  4. 화장실에서 영역 냄새가 나서 등등 여러 가지 이유들이 있었다. 제리는 아마 물을 싫어해서 내가 물에 빠질까 봐 보고 있거나, 화장실 앞에서 쓰다듬어주길 바라는 것 같다. 그렇게 적응 시간을 거치면 내 옆으로와 그르렁 거리다가 잠든다. 그 옆에 제리와 함께 누워있으면 무언가 걱정거리가 없어지는 기분이다. '그래.. 나는 세상에 작은 먼지 같은 존재일 뿐..' 고양이는 이미 그걸 알고 있는 듯 한 느낌이다.

졸린 제리





프로이트도 인정한 매력



반려 고양이를 키우면 다양한 이점이 있다.

꾹꾹이를 당할 수 있고 가끔 자고 있으면 모기를 잡아주기도 한다. 가끔 휴지를 물어뜯어 놓거나 화분을 먹어치워서 혼내려고 엉덩이를 팡팡 때리면 그르렁(좋다는 의미) 거리기 시작한다. 혼나는걸 은근히 좋아하는 것 같기도 하다... 알 수 없는 행동들이지만 귀여운 모습에 정색하고 혼내기가 힘들다.


1. 까꿍    2. 늘어나는 묘기


정신분석학의 아버지인 프로이트는 이런 말을 했다


“고양이와 함께 보내는 시간은 결코 낭비가 아니다.”

-지그문트 프로이트(Sigmund Freud)-


고양이와 놀아주기도 하고 혼내기도 하고 이상한 모습을 보면서 귀여워하기도 하는 일상적인 습관이 안락함과 즐거움을 주기 때문에 일종의 치유 효과를 지닌다고 한다. 모든 반려동물과 함께하면 느끼는 좋은 이점인듯하다. 






집사가 그립진 않지만 보니까 기쁘네!


나는 사실 고양이를 키우기 전에는 고양이의 매력에 대해 잘 알지 못했고 강아지를 더 좋아했었다.

하지만 고양이는 그들만의 매력이 있다. 제리를 키우면서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들이 왜 자신을 집사로 칭하는지 알게 되었다. 제리는 나를 주인으로 생각하지 않고 집에 함께 사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가끔 내가 부르면 무시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하지만, 고양이는 함께 사는 반려인을 너무 의존하거나 가두지 않고 개인의 시간을 즐기는 아주 지혜로운 동물이다.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는 이런 고양이의 특성을 실험하기 위해 스웨덴 농업과학대학교에서 재미있는 연구를 진행했다.


단시간 vs 장시간 외출하고  집사 

반려 고양이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1그룹의 주인은 30분 동안

 2그룹의 주인은 3시간 동안 외출을 한 후 집에 돌아오게 했다.

주인이 없는 시간 동안, 1그룹과 2그룹 고양이 모두 행동은 유사하게 했으며 긴장감이나 스트레스를 보이는 경우는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차이는 주인이 돌아온 후이다. 주인이 3시간 동안 외출을 했던 2그룹의 고양이들이 1그룹에 비해 더 많은 ‘애정표현’을 표현했다고 한다. 고양이는 혼자 있을  주인을 그리워하지는 않지만 오랜 시간 혼자 있다가 주인 만나면 매우 반가워한다.






누구와 함께 시간을 보낼 때 가장 짧게 느껴지나요?


이 질문을 생각하면서 여러 사람들이 생각났지만, 요즘 나의 스트레스 해소에 큰 도움을 주고 있는 

반려동물들이 생각나면서 제리와 함께했던 시간들을 생각하게 되었다. 애기 때부터 9년이라는 시간을 함께 보내면서 이제 애틋한 마음까지 드는 제리..! 이런 매력적인 점들 덕분에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 같다. 때로는 아무 말하지 않고 함께 있어주는 것이 더 큰 위로가 되어준다는 것을 고양이에게 배운다. 



제일 좋아하는 제리 영상







비저너리의 크루 에세이 시즌 2부터는 비저너리 달력 뒤에 있는 그 달의 질문 중 하나를 골라한 주에 한 번, 월요일 아침, 크루들의 진솔한 답변으로 채워 나갑니다. :) 이 글을 보시는 여러분들도 바쁜 일상 속 생각에 잠기실 수 있도록 최근 한 달(4개)의 질문들을 공유합니다. 그리고 이번 한 주는 다음 질문 중 하나를 깊이 생각해보면서 어딘가에 답해 보는 시간을 갖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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