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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저너리 Jul 08. 2019

[에세이 56] 소중한 시간의 영역을 넓혀가는 일

[여니의 크루에세이 06] 당신에게 가장 소중한 시간은 언제인가요?


당신에게 가장 소중한 시간은 언제인가요?


신입사원이 된 지 어느덧 8개월 차, 직장을 8개월 다니는 일이 처음인지라 생각했던 나의 생활과는 조금 거리가 있다. 내가 맡은 부분에 있어서는 어느 정도 능숙해졌지만, 루틴적인 일에서 더 무언가를 해보려고 한다기보다는 지금 잘 굴러가는 대로 계속 굴리고 싶은 나태한 마음도 조금 생겼다. 출근하기 전 급하게 커피를 사 와 출근을 찍던 처음과는 달리, 출근을 찍고 슬그머니 커피를 사 오는 꼼수를 부린다. 해야 할 일이 많지 않아 한가할 땐 이전의 문서들과 히스토리를 살펴봤었지만, 지금은 브런치도 읽고 혼자 잠시 바람도 쐬고 온다.


점심 먹을 땐 동료들과 업무 고민을 나누고 업계의 동향을 파악하며 일주일에 한 번씩 관련 글을 쓰는, 여전히 열정 넘치는 신입사원일 줄 알았건만 벌써 또는 어느덧 나사가 조금 풀려버렸다. 어느 순간 화요일인지 수요일 인지도 모르는 직장인이 되어버린 듯한 느낌. 조금 씁쓸하면서도 그런 나의 하루하루들이 또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는 건, 그 속에서도 작지만 소중한 시간들을 발견하고 만들어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나의 방

퇴근 후, 많은 직장인들과 마찬가지로 내게도 일과 중 가장 소중한 시간이다. 저녁 먹고 뒹굴거리며 쉬다가 오늘 하루까지 싹 다 씻어내고 조명을 켜 둔 채 방 정리를 슥슥하고 블로그에 글을 쓰거나 남자 친구와 통화를 하는 그 네다섯 시간. 생각만 해도 좋은 그 시간은 나의 행복으로 향하는 최단 경로임이 확실하다.



그렇다고 또 퇴근 후만 바라보며 살진 않는다. 우리 회사는 자율 출퇴근할 수 있는데, 요즘 나는 8시~8시 반 사이에 가장 먼저 사무실 경비를 해제하는 사람이다. 처음엔 해외에 잠시 다녀와 시차적응이 덜 된 김에 일찍 출근하기 시작했지만, 고요하게 홀로 사무실의 아침을 시작하는 그 시간에 매료되어 지금도 계속 이어가고 있다. 이전에는 출근하면 바로 업무에 돌입하기 바쁘거나 뭘 해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했는데, 홀로 시작하는 아침은 몸도 마음도 가라앉히고 오늘 해야 할 것을 차분하게 먼저 정리해본다. 첫 단추를 잘 꿰는 날의 아침은 든든하게 아이템을 잘 구비해두고 게임에 돌입하는 느낌이라 좋다. 이 역시 소중한 시간이다.





요즘은 또 여름에 들어서며 해가 길어진지라 일찍 퇴근해서 집에 거의 도착할 때 즈음엔 노을 지기 전 따뜻한 색의 하늘을 본다. 그때 집으로 걸어가는 길에 쪼끄만(?) 식물들을 보면 어찌나 기분 좋은지. 일찍 출근하기 시작한 덕에 의도치 않게 얻은 또 소중한 시간이다.


엄마 아빠는 여전히 일을 하시고 항상 바쁘셔서 매번 저녁을 함께하진 못한다. 그래서 그런지 같이 소박한 반찬을 두고 소소한 대화들을 나누는 저녁 식사 시간도 정말 소중하다. 웬만하면 엄마 아빠가 일찍 오시는 날엔 나도 약속을 잡지 않으려 한다. 아직 멀었지만서도, 언젠가는 이런 시간이 정말 없겠지 하는 생각이 항상 마음 한구석에 자리하기 때문인 것 같다.



제일 싫어하는 시간은 붐비는 지하철을 타는 출퇴근하는 시간이었는데 이마저도 요즘 나쁘진 않다. 지하철 안 그나마 덜 붐비는 곳에 자리하는 방법을 캐치, 책을 읽고 싶다는 욕구를 이북 리더기를 이용해 풀고 있어서 이 시간도 꽤 소중한 시간이 됐다고 할 수 있다. 운 좋게 빈자리에 앉게 된다면 그날은 운수대통의 기분 좋은 아침이다.


가끔은 점심시간을 꼭 동료와 함께하지 않고도 혼자 점심시간을 보낸다. 함께하는 회사 생활 속에서도 오로지 나를 돌볼 수 있는 시간. 가끔 이런 시간을 가진다는 건, 똑같은 한 시간의 점심시간인데도 그 속에서 느끼는 행복이나 편안함의 질은 확연히 다른 나만의 시간이다. 이전처럼 혼자 있고 싶은데도 눈치 보며 사람들 속에서 버티지 않는다.




아무래도 나는 오직 일 뿐인 열정적인 신입 사원은 아닌 듯하다. 그러나 그 속에서도 꾸준히 나의 소중한 시간 영역을 넓혀 나가고 있고 그런 시간들이 나를 더욱 튼튼하게 지지해주고 있기에 나는 오히려 덜 쉽게 지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 글을 쓰면서 이제야 드는 생각은, 나는 항상 느린 사람이라고 말해왔지만 느리게 그러나 앞으로 나아간다는 나의 방식이 이런 게 아닐까 하는 것이다. 아직 일한자 1년도 안 되었는데 에너지를 뿜지 못한다고 걱정할 필요도 없을 것 같다. 열정도 결국 각자의 속도고 나는 내 나름대로 에너지를 잘 채우며 살아가고 있는 거니까.






비저너리의 크루 에세이 시즌 2부터는 비저너리 달력 뒤에 있는 그 달의 질문 중 하나를 골라한 주에 한 번, 월요일 아침, 크루들의 진솔한 답변으로 채워 나갑니다. :) 이 글을 보시는 여러분들도 바쁜 일상 속 생각에 잠기실 수 있도록 최근 한 달(4개)의 질문들을 공유합니다. 그리고 이번 한 주는 다음 질문 중 하나를 깊이 생각해보면서 어딘가에 답해 보는 시간을 갖는 건 어떨까요?



- 지난 크루 에세이 -


[돈/소비]

•당신의 삶에서 부유함의 기준은 무엇인가요?

[에세이53]닭꼬치 열 개를 쌓을 때까지


•지난 한 주간 남을 위한 소비를 한 적이 있나요? 

[에세이54]지난 한 주, 남을 위해 한 소비는?



[시간]

•매일 오롯이 나를 위해 사용하는 시간이 있나요?

[에세이55] 하루 3시간, 길을 찾아야 하는 시간



당신에게 가장 소중한 시간은 언제인가요?


당신에게 가장 소중한 시간은 언제인가요?

당신에게 가장 소중한 시간은 언제인가요?

당신에게 가장 소중한 시간은 언제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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