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2022년 출간한 <미래형 인재 자녀교육> 업데이트 입니다.
인간은 역사 이래 2000년대까지도 전 세계적으로 체벌이 일반적으로 수용되었다. 자기 자신도 체벌을 경험했고 맞고 자랐고 흔하게 주위에서 보고 자랐다. 때로는 본능적으로 때로는 사회적으로 배워서 그리고 무지로 인하여 그러한 일이 발생하였다. 2000년경까지도 아동에 대한 체벌은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졌다. 대부분의 신체적 학대는 체벌의 취지로 발생한다. 체벌은 신체적 학대와 다르며 아이를 교육하려는 방법으로 여겨졌다. 시대와 지역을 막론하고 아이들에 대한 체벌이 필요하고 교육적이라고까지 생각되어 시행되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 의도와는 관계없이 긍정적인 효과가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더 나아가 그것의 해악이 심각하게 밝혀졌다. 이제 결혼하려는 사람이나 이미 자녀를 키웠던 사람도 알아야 할 중요한 일이다.
아동에게 행해지는 체벌이 아이의 공격성을 야기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그러나 공격성이 높은 아이가 체벌받는 경우가 많은지, 체벌이 공격성을 야기하는지가 불분명했다. 연구를 위해 아동에게 고통을 가하는 일은 윤리를 위배하기 때문에 그런 연구를 할 수 없었다. 인과관계를 보여주는 대조실험을 체벌에 적용한다면 실제 자녀를 체벌하고 반응을 보아야 하므로 불가능하다. 따라서 1990년대에는 체벌을 줄이는 효과는 연구할 수 있지만, 체벌을 가하는 효과를 연구할 수는 없다고 여겼다. 그 결과 윤리적인 범위 내에서 인과관계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체벌 요인을 가진 그룹을 추적해 영향을 측정하는 전향적 연구(Prospective cohort study)를 설계하고 통계 모델을 적용하기 시작했다.
1997년 처음으로 이루어진 대규모 연구에 의하면 6세부터 9세까지의 자녀에게 주어진 체벌은 2년 후 자녀의 반사회적 행동을 높인다. 1990년부터 2012년까지 과거 20여 년간의 연구 변천사를 정리하고 ‘자녀 체벌에 관한 위험성과 효과’의 결론을 재확인하는 연구가 나왔다. 1999년 소아기에 엉덩이 등 신체 일부를 맞은 경험과 정신장애 유병률과의 연관성이 나타났다. 2000년경부터는 체벌의 악영향에 대해 아이의 공격성 증가뿐 아니라, 성인기 정신적 건강 등으로 시점을 넓혀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2002년의 메타분석에 따르면 이전에 진행된 체벌과 아동 공격성에 관한 27개의 연구를 분석해 모두 유의미한 연관성을 보였다고 밝혔다. 이후에도 유사한 연구 결과가 나왔으며, 일관되게 신체적 체벌과 아이 행동에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2000년대에 들어서 체벌이 미치는 영향에 대한 윤곽이 드러났다. 다른 연구에서도 같은 결론이 나오면서, 체벌은 우울증·불행·불안·절망감·약물 및 알코올 의존, 일반적인 심리적 부적응 등 어린 시절부터 어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정신 건강 문제와 관련이 있다는 생각이 보편화됐다. 체벌이 아동의 공격성과 문제 행동으로 이어질 위험이 높다는 것이 설득력을 얻었다. 나아가 청소년기와 성년기의 정신 건강, 부모와의 관계, 뇌과학, 학업 성취도 등 다양한 영역에서 연구가 이루어져 일부 부정적 영향이 없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지만, 점차 부정적 효과에 대한 연구 결과가 누적됐다.
2021년 체벌의 영향을 다룬 69개 논문을 분석한 리뷰 논문이 많은 것을 말해준다. 체벌이 아이들에게 좋다는 증거는 없다. 모든 증거를 보면 신체적 처벌은 아동에게 해롭다. 오히려 문제 행동이 증가하고, 긍정적 효과가 있더라도 시간이 흐르면서 그것은 약화된다. 체벌의 악영향은 아동의 성별, 인종, 민족성, 양육자의 전반적 양육 방식과 관계없이 나타났고, 체벌이 더 자주 사용될수록 부정적 영향이 커졌다. 점차 비폭력적이고 효과적인 양육법을 배울 수 있도록 부모 교육을 강조하는 흐름이 형성되고 있다.
체벌에 대한 국제적 논의는 1990년대에야 본격적으로 이뤄지기 시작했다. 1990년에는 유엔 총회에서 아동의 권리에 관한 협약이 채택되어 발효됐다. 1990년 체벌을 법으로 금지한 국가는 4개국에 불과했지만, 2000년경 관련 연구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면서 31개국이 아동 체벌을 금지하는 법률을 제정했다. 과거 우리나라에서는 부모의 자녀 체벌이 법적으로 허용되었었다. 1958년부터 민법 915조는 “친권자는 그 자를 보호 또는 교양하기 위하여 필요한 징계를 할 수 있고 법원의 허가를 얻어 감화 또는 교정 기관에 위탁할 수 있다.”라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이 조항은 2021년 1월 삭제됐다. 이러한 법률 규정이 아동학대 가해자의 항변사유로 악용될 소지가 있고, 아동의 권리와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서 삭제되었다.
체벌뿐만 아니라 학대도 심각한 후유증을 가져온다. 특히 사교육을 시키면서 지나치게 성적 관련 압박을 받고 혼나거나 학대를 받은 아이들은 뇌의 전두엽과 편도 체 영역의 크기가 더 작고, 이에 따라 불안이나 우울증을 앓을 가능성이 커진다. 어릴 때 부모에게 거칠게 훈육 받은 아이들은 청소년이 되어서 뇌 구조가 더 작다. 부모의 거친 훈육이 아이의 뇌까지 쪼그라들게 만든 것이다. 어린 시절 부모가 화를 내거나 소리를 지르는 등 거친 훈육에 반복적으로 노출된 아이들도 청소년기가 되었을 때 전두엽 피질과 편도 체의 크기가 더 작다.
뇌의 이 두 영역은 감정 조절과 불안 및 우울증 발현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거친 훈육 행위가 아이들의 뇌 기능에 변화를 일으킬 뿐만 아니라 아이들의 뇌 구조에도 영향을 미친다.
인간은 연약한 존재이다. 인간의 뇌는 더 연약하다. 어린 시절에 감정적, 언어적 폭력을 당하면 물리적 폭력보다 뇌는 훨씬 심각한 타격을 입는다. 더 나아가 어린 시절 정신적 상처가 트라우마로 남는다. 유아기 때 스트레스를 받으면 두뇌발달도 떨어지고 학습능력도 뒤떨어진다. 2~4세 때 육체적 학대를 당했던 아이들의 뇌는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와 감정조절을 담당하는 편도체가 덜 발달된다. 더욱 심각한 것은 어린 시절 받은 학대는 DNA에 그대로 각인돼 다음 세대로 유전될 가능성도 있다. 학대로 인해 특이하게 변형된 DNA는 자손들에게 영향을 미쳐 각종 정신질환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학대를 하는 많은 부모가 학대받고 자란 아이였다고 한다. 자녀를 학대한 부모 중 30~50%는 어릴 때 부모로부터 학대받거나 가정불화가 심한 환경에서 자랐다는 통계 수치가 있다. 학대의 대물림은 가정불화와 폭력에서 시작되는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부모 사이에 행해지는 폭력을 보고 자라기만 해도 가정에서 폭력을 행사할 확률이 3배, 자신의 아이를 학대할 확률이 5배나 더 높다. 이는 인간 역사 내내 이어진 오류였으며 필자를 포함하여 많은 사람의 오류이다.
체벌의 문제점은 확실해졌다. 체벌이 아이 성장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는 다양하다. 체벌은 사회 적응성 및 언어능력과 운동능력 발육을 늦추고 호통을 치고 꾸짖는 것만으로도 아이의 문제행동이나 우울증으로 이어진다는 연구도 있다. 수많은 연구에서 신체적 체벌이 광범위하고 영속적인 부정적 발달 위험성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체적 체벌이 아동 발달상 건강에 좋다는 연구는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 인간은 이타적이면서도 ‘폭력적인’ 존재이다. 우리에게는 우리 자신도 모르는 폭력성이 진화과정에서 우리 안에 심어져 있다. 이점을 잘 알아야 우리는 폭력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우리 인간은 완전한 존재로 태어나지 않으며 불완전하고 모순된 존재이다. 따라서 우리는 우리 자신을 잘 알기 위하여 우리 존재에 대한 과학적인 이해를 위하여 노력해야 한다. 부모가 되기 전에 또는 부모에게 관련된 교육을 제공함으로써 체벌과 자녀의 반사회적 행동을 줄일 수 있다. 그리고 아이들을 위하여 최선의 노력을 하여야 한다.
아이들이 즐겁게 생활하게 하고 늘 칭찬해 가며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사실을 조금이라도 빨리 알았더라면 좋았을 텐데.”라고 후회하지만 말고 지금부터라도 실천해야 한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사과하고 반성하고 살면서 사랑을 실천하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