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랑은 너무 지독해서 네가 질식해 버릴지도 몰라

by 영영

나는 너를 사랑했다.

그러니까, 내가 너를 사랑한다고 믿었다.

물이었다. 나는.

투명하다고 믿었고, 맑다고 착각했다.

사랑을 퍼부었다. 너는 젖었다.

젖어도 좋았다고, 처음엔 그렇게 말했으니까.

그래서 나는 계속해서 퍼부었다.

비처럼, 아니 비보다 더 조밀하고,

피부 아래까지 스며드는 어떤 감정의 액체.


네 목이 젖고, 어깨가 젖고, 가슴이 젖고,

심장이 퉁퉁 불어올 때까지.

나는 몰랐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흘러내리는 모든 것들이

사실은 질식의 다른 이름일 수도 있다는 걸.


나는 네 폐가 나를 받아들이기를 원했다.

물을 마시듯, 숨을 쉬듯,

그렇게 네 안에서 나를 순환시키기를.

내가 너를 숨 쉬게 하고 있다고 믿었고,

사실은 너를 가라앉히고 있었다.


-


그 애는 조용히 식탁 끝에 앉아 있었다.

나의 “사랑해”는 컵에서 넘친 물처럼 흘러내렸다.

테이블보를 적셨고,

바닥으로 흘러들었고,

말라붙은 감정 위로 둥둥, 뚝뚝, 뚝.


나는 웃었고

그 애는 눈을 감았다.

나는 그것이 안정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이제 와 생각해보면

그건 마지막 숨을 참기 위한 준비였던 것 같다.


나는 계속해서 안았다.

너의 옆구리를, 등뼈를, 팔목을,

아니, 폐를, 목젖을, 그 안의 공기를,

더는 네가 숨 쉴 공간이 남지 않을 때까지.

그러면서도 말했다.

이건 다 너를 위한 거라고.

사랑이라고.


-


사랑은 언제나 주어로 시작했고

너는 늘 목적어였다.

나는 너를,

나는 너를,

나는 너를.


하지만 너는 ‘너’가 아니었고,

내가 만든 모래로 된 형상이었다.

숨을 들이마시면 무너지고,

물을 붓자 더 쉽게 허물어졌다.

나는 그것을 사랑이라 착각했고

너는 그 착각 안에서 질식했다.


-


나는 너를 사랑해서

너의 공간을 없앴다.

너의 말, 너의 의심, 너의 불편,

그 모든 걸 조용히 가위질했다.

나는 친절했고,

그래서 더 무서웠다.


나는 이별하자고 말하지 않았다.

대신 너의 수건을 내 향기로 물들였고,

너의 베개를 내 무게로 눌렀으며,

너의 시야에 내가 아닌 것들을

조금씩, 천천히, 꺼버렸다.


-


“숨 막혀.”

네가 말했다.

나는 미소 지었다.

“그게 사랑이야.”


-


나는 너의 입술을 조용히 틀어막았다.

왜냐하면

네가 숨을 쉬면 내가 빠져나갈까봐.

네 폐에 나를 집어넣고,

그 속에서 물고 늘어졌다.

들숨에도, 날숨에도,

나는 있었다.


그러니까 네가 나를 밀어낼 수 없도록.

나는 공기보다 무거웠고,

너보다 네 안에 오래 있었다.


-


오늘, 네가 떠난 방 안에서

나는 한참을 기침했다.

사랑이 목에 걸려서,

삼켜지지 않고,

토해지지도 않고,

목울대 어디쯤에서 숨을 틀어쥐고 있었다.


거울 속 나는 젖어 있었다.

내가 흘린 눈물도 아니고,

네가 뿌린 물도 아니고,

그저 관계가 썩을 때 나는 습기 같은 것.


나는 결국,

사랑이 아니라 물이었다.

물을 가장한 독.

너의 폐를 천천히 적셔,

마지막엔 조용히 멈추게 한,

내 숨을 너에게 얹으려 했던 탐욕.


-


그리고 오늘,

나는 나를 꺼냈다.

네 폐에서.

비린내 나는 무언가였다.

사랑의 이름을 붙이기엔

너무 무겁고,

너무 끈적했으며,

숨이 막혔다.

정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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