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허 위에 선 꿈

by 영영


늘 꿈을 꾼다

너를 그리는 꿈

그러니까 너는 없다,

나는 없다는 걸 그리며 산다.


그리움은 밤의 손가락을 타고

내 이마 위로 눌러앉고

나는 숨을 쉰다

네가 아니면 숨조차 어색한 밤들 속에서

나는 꿈을 꾼다

어제도, 오늘도, 내일의 잔상까지도

꿈을 꾼다

그게 사랑인지, 악몽인지,

구별할 수 없다는 점에서 더 진실하다.


너를 그리는 꿈은

이젠 나의 척추처럼 단단한

나의 아침처럼 당연한

나의 망각처럼 무딘,

그런 습관이 되어버렸다.


꿈이라는 지지대가 부서진다면

나는 어디로 쓰러질까

너 없는 무게에 짓눌린 내 마음이

자연스럽게, 아무렇지 않게

무너질까봐

그래서 나는 오늘도

꿈을 꾼다

네가 나오지 않는 꿈이라도 좋으니

그 형체 없는 감정이라도 좋으니

나는 그냥 습관처럼

너를 기억한다.


너를 기억하지 못하는 나를

상상하는 일이

가장 공포스럽다

기억이 사라지는 게 아니라

기억할 ‘필요’조차 없어지는 그 순간이

나는 가장 두렵다


그래서 나는 습관처럼 무너진다

습관처럼 사랑했고

습관처럼 견뎠고

이제는

습관처럼 폐허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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