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게임이 낯선 감각으로 다가올 때
지뢰 글리코를 플레이한 감상
어릴 적, 우리는 아무렇지 않게 놀이를 했다.
가위바위보,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카드 짝 맞추기.
그건 단지 시간 때우기였고, 웃기 위한 장치였고, 가벼운 승부였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니,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때 그 놀이에 규칙 하나만 더 얹혔다면, 어땠을까?’
<지뢰 글리코>는 그런 질문에서 시작된 책이다.
익숙한 놀이에 ‘지뢰 같은 규칙’이 더해지면, 그것은 더 이상 같은 놀이가 아니다.
작고 단순한 틈에 누군가는 허점을 파고들고, 누군가는 파헤쳐지고,
누군가는 그 룰을 비트는 방식으로 살아남는다.
그리고 그걸 지켜보는 나는, 어느새 페이지를 넘기며 긴장하고 있었다.
이 책은 단순히 ‘게임 소설’이라기보다,
게임이라는 장치를 통해 인물의 움직임과 마음을 관찰하게 만드는 이야기에 가깝다.
누가 더 머리를 잘 쓰는가, 그게 중요한 순간도 있지만
누가 언제 멈추고, 왜 그 타이밍에 움직였는지를 읽어내는 게 더 재미있었다.
그 흐름이 꽤나 짜릿하고, 은근히 귀엽고, 무엇보다 정말 흥미진진하다.
각 장은 독립된 게임으로 구성돼 있어 단편처럼 읽힌다.
처음엔 한 편 한 편 별개의 에피소드처럼 보이지만,
뒤로 갈수록 미묘하게 반복되는 감정선, 인물 간의 말투와 리듬, 그리고 규칙의 변주 속에서
‘이건 단순한 옴니버스가 아니다’라는 감각이 스며든다.
게임의 규칙은 계속 바뀌고, 게임판은 달라지지만, 결국 모든 이야기는 한 방향을 향하고 있었다.
그 흐름을 늦게 따라잡는 순간, 약간의 전율이 왔다.
이야기가 아니라 구조에 낚인 기분이랄까.
편집 자체도 흥미롭다.
단순히 텍스트만으로 전개되지 않고,
규칙 설명이나 간단한 게임 상황을 시각적으로 정리한 장치들이 곳곳에 삽입돼 있다.
덕분에 독자는 단순히 ‘읽는 사람’이 아니라, ‘플레이어 겸 관전자’가 된다.
눈으로 규칙을 읽고, 머릿속으로 전략을 시뮬레이션하고, 감정으로 몰입한다.
특히 페이지를 넘기면서 마치 다음 게임 라운드로 들어가는 것 같은 느낌이 계속된다.
책장이 아니라 게임 보드를 넘기는 기분.
그래서 <지뢰 글리코>는 구조 자체가 내용이기도 하다.
이 책을 구성한 방식은 단순히 전달의 도구가 아니라, 이야기의 일부로 기능하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이모리야 마토’가 있다.
평범한 듯 보이지만, 묘하게 자기만의 흐름이 있고,
어느새 그녀의 판단에, 말투에, 방식에 익숙해져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이야기 속 룰은 끊임없이 바뀌는데, 마토는 흔들리지 않는다.
그녀를 중심으로 세계가 돌아가는 것 같은 느낌.
그게 꽤 믿음직스럽고, 묘하게 편안했다.
머리만 쓰게 만드는 책도 아니고, 감정만 자극하는 책도 아니다.
읽는 내내 머리는 굴러가고, 마음은 따라가고, 관계에선 눈치를 보게 된다.
그냥 승부를 다루는 이야기가 아니라,
그 승부를 통해 관계가 흔들리고, 사람이 드러나는 이야기라 더 좋았다.
그리고 그 감정은, 책을 다 덮은 뒤에야 제대로 온다.
나는 책을 다 읽고 나서도 한동안 멍하니 앉아 있었다.
누전된 선풍기 앞, 꺼져버린 여름의 소리, 조용한 공기 속에서 생각들이 뒤엉켰다.
책은 끝났는데, 나는 아직 그 게임 안에 있는 기분.
조용한데 어지럽고, 아무 일도 없는데 마음은 계속 돌아간다.
<지뢰 글리코>는 그런 여운을 남긴다.
누구에게나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복잡하지 않지만 단순하지 않고, 가볍게 시작해도 깊어지는 책.
그냥 재밌는 걸 읽고 싶을 때, 누군가와 이 책 이야기를 나누고 싶을 때,
아무 이유 없이 빠져들 책을 찾고 있다면 이만한 한 판이 또 있을까?
정말로… 그냥 재미있다.
그게 이 책의 가장 정확한 설명이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하지만 감상은 철저히, 정말로, 주관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