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한 집, 나는 지붕 위를 오가는 발걸음에 숨을 멈추었다.
누구지? 지붕 위로? 어쩌면 좋아.
이사하고 첫 번째 날은 곯아떨어져서 못 들었나 보다. 이 소리는 늦은 글을 쓰는 밤이면 우당탕탕 난리도 아니게 되었으니.
매일 밤 지붕 위를 뛰어다닌다.
도둑인지 귀신인지 호주 귀신은 어찌 생겼을까 생각하는 사이, 우리는 3가지 결론에 이르렀다.
-동물이겠다
-호주 지붕은 얇으니(기와 아닌 철판) 소리가 클 수밖에
-우당탕탕 뛰면서 크륵(이라고만 하지만 꽤 큰)하면서 우는 밤의 소리
무슨 동물일까. 호주의 동물은 코알라 캥거루인데 그것은 아닐 것. 저 위까지 뛸 수도 기어오를 수도 없을 거야. 그리고 우리는 늦은 밤 집으로 오는 길, 지붕 위의 긴 꼬리를 가진 그것의 자취를 보았으니.
악, 괴물이야!
쥐보다 꽤 크고 꼬리가 이만큼 긴 것이, 뱀도 아니고 도마뱀 아니고 저 큰 덩어리는 괴물이지!
며칠 뒤 온 동네가 갑자기 정전이 되었다. 초도 등도 없는 우리는 각자의 기기(폰, 패드, 랩탑)를 들고 얼굴을 허옇게 날리며 자기 전 생활을 하는데. 밖으로 두리번두리번 나서보니 온 동네 사람들이 수리하는 전봇대 주변에 몰려와 있었다.
무슨 일이래요? 포섬이 또 전깃줄을 끊어 먹었어. 오늘밤에 다 고칠 것 같다니 기다려요.
퍼섬
푸어썸
포우어섬?
포섬이 뭐지?
다음날 서점에서 캥거루도 코알라도 아닌 인형이 캥거루 코알라와 함께 진열되어 있어 주인에게 물었다. 이게 뭐예요?
포섬(Possum)이야.
포섬(물론 퍼쎰이라고 발음하여 우리가 막 따라 함) 유명하다면서. 내가 꼬리 긴 괴물 지붕에서 보았다고 하니. 응, 그게 포섬이야. 아니 그냥 동네에 많아요? 응응 많아. 집집마다 밤에 돌아다니니 골치가 아플걸!이라고 했다.
지붕 위를 달리는 밤의 악마가 포섬이었군.
초딩이 밤의 마당에서 본 왈라비도, 지붕 위 무언가 괴물이라고 소리 지른 덩어리도 모두, 포섬이었던 것이다.
옆집 앨래나에게 포섬이 뭐냐고 물으니 또 전기를 건드렸다 집집마다 온다. 밤에 움직이는 야행성이다. 마구 뛰어다닌다. 아주 못 말린다. 흥분 그 자체
집 벌레 잡는 업체가 있듯이 포섬 컨트롤하는 업체도 있는 걸 보니 호주에서 포섬은 그런 것. 다만 녀석이 또 전기 배선을 건드리지 않게 조심해 주기를!
태즈매니아 데빌이라고 비슷하게 생긴 포악스러운 표정의 쥐가 있다. 동물원에 가니 아니 이거 포섬이랑 비슷하구나. 쥐 같고 작은 곰 같고 태즈매니아에서도 얼마나 싫었으면 악마라고 했네. 모르는 동물 천지 호주
포섬 딸기라니. 네가 정말 유명하구나. 그러므로 기념품샵에는 코알라도 캥거루도 많고 많지만 포섬도 있으며 어린이코너에는 포섬동화도 있다. 포섬도 호주에서는 유명한 동물.
오늘 아침 우리 집 뒷마당 데크에는 역시 포섬의 배설물 *이 굴러다닌다.
이 넘의 자식들, 어젯밤도 그렇게 뛰어대더니 또 싸고 가부렀네!!!!
뛴다. 오늘 밤에도 우당탕당. 우리 식구는 머리 닿으면 곯아 떨어져서 다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