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입문자 적응기
무언가 쓰고 싶었다. 매일의 이야기가 샘솟는 것은 오래간만의 느낌이었다. 퇴근은 항상 밤이었고, 집에 오면 쓰러져 자기 바빴고, 주말은 밀린 잠을 몰아잤으나, 늘 피곤했다. 나를 보기에도 바쁜 매일이었다.
지금 나는 호주 브리즈번에 있다. 1년 살기 중이다. 다시 없을 시간이기에 도착한 날부터 무언가 적어야 한다는 마음에 잠들지 못했다. 오래 버려둔 블로그도 열어보고 핸드폰의 어플들도 뒤적거렸다. 뒤져 볼수록 높아지는 갈증 속에서 브런치를 알게 되었다.
많이 놀랐다. 이렇게 여러 쓰기의 열정들이 있고, 읽고 싶은 글들이 있고, 함께 밤을 지새우는 사람들이 있다니. 든든하고 긴장도 되었다. 동료는 언제든 경쟁자이니. 평소 일정한 방향의 읽기가 주였던 나는 여기서 다양한 글들을 만났고 펼쳐진 삶들을 보았다. 실제 나는 아래와 같은 것이 바뀌었다.
* 매일 운동을 하고 잔다.
> 브런치의 어느 글을 읽고 매일의 짧은 스트레칭이 얼마나 삶을 바꾸는지 알게 되었다. 반신반의하며 시작했는데 이젠 그 글 속의 말처럼, 하루 안 하고 자면 그렇게 몸과 마음이 불편하다.
* 규칙적인 글쓰기를 생각한다.
> 생활에 밀려서 쓰기를 미룰 때가 많았는데 연재의 힘을 알게 되었다. 기다리는 글도 생기고 나의 쓰기도 스스로 푸시한다.
* 글의 의미를 곱씹는다.
> 자극적인 글만이 아닌 삶을 다시금 들여다보게 하는 글을 계속 생각한다. 생각보다 알맹이가 아쉬운 글도 있었고 처음부터 끝까지 읽게 되는 글들도 있었다. 나를 위무하는 글에서 함께 힘을 주는 글을 고민한다.
* 살아있는 응원을 만난다.
> 글을 올리고 라이킷이 막 올라가면 쓰기에 대한 힘은 물론 책임감을 느낀다. 평소 혼자 쓰고 발표하고 들춰보던 것과는 다른, 긴장감과 즐거움이 있다. 그러나 경도되거나 갈구하지 않도록 또한 노력해야지.
그리고, 내 글은 방향을 헤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나의 일상 기록이 될 줄 알았는데, 새 삶에 부딪히는 나의 과정을 나누고 싶어 졌고, 나는 물론 누군가에게 의미 있는 글이 되고 싶었다. 나를 위한 글쓰기가 아닌 것 그러나 그 안에는 분명 나에 대한 의미가 있어야 했다.
여러 방향을 시도 중이고 또한 준비 중이다. 즐거운 긴장감이다. 그러나 염려나 걱정도 있다. 하지만 덮어두고 꾸준히 써야겠다. 아마도 앞으로의 삶에 이런 시간은 없을 테니.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새로 시작한 연재 때문이다. 매주 월요일의 연재가 되려고 지난주에 저장하고 발행했는데 다음 주 발행으로 떴고 오늘에서야 시작되었다. 이제 좀 알겠다 했는데 역시 내가 좋아하는 책의 글귀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연재를 시작한다. 아버지를 많이 존경하고 자랑스러워하며 가까운 사이라고 생각하지만 뭔가 둘은 여전히 머쓱하다. 전화기에서 엄마부터 누르게 되는 것처럼. 딸이 어릴 적부터 무언가 계속 쓰고 작업하는 것을 기특해하셨지만 어머니 무엇보다 아버지를 위한 글을 써본 적은 없는 것 같다. 이것이 나와 나의 아버지 그리고 다른 아버지와 딸에게 귀한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월요일이다.
모두에게 힘내는 한 주가 되기를!
브런치 작가들에게 다정한 안부를 전해본다.
-와들리에 사는 로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