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하는 것들과 우울증
**이번글은 누군가에게 트라우마 혹은 불쾌감과 거부감을 유발할 수 있으니 참고해 주시길 바랍니다.**
여자로 태어나 변태를 단 한 명도 만나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있다면 정말 축복과도 같은 일이다. 이 글을 보는 당신께서 만약 그렇다면 등 뒤에는 수호천사든 조상님이든 누군가가 달라붙어 곁을 지키고 있음이 틀림없으니 제사를 지내든 그냥 기도를 하든 일단 지켜줘서 감사하다고 인사라도 하길 바랍니다.
이렇게 까지 말하는 이유가 있다. 요즘 세상, 변태들이 정말 너무 부지런하다. 대체 얼마나 성실하고 부지런한 건지, 밥 먹고 못된 짓만 하러 다니는 건지 분명히 세상에는 정상인이 더 많을 텐데 주변 이야기를 들어보면 수많은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다채로운 행각의 변태들을 만났고 만나고 있다. 게다가 요즘은 SNS도 활발해지면서 음지에서 개인적으로만 활동하던 변태들이 자기들끼리 모여서 활동하는 공간까지 만들어냈다. 정말.. 미쳐도 정도껏 미칠 수는 없었던까. 나는 얘네 때문에 성선설파에서 성악설파로 바뀌었다. 인간은 지구상에서 가장 나쁘고 이기적인 동물이고 그중에서 그나마 교육을 잘 받은 몇몇만 이타적으로 살아가고 있는 거라고.
이런 이야기를 꺼내려니 가슴이 두근거리고 초조하다. 꺼내도 괜찮은 이야기일지 모르겠지만.. 내가 처음 그 존재를 마주한건 집 뒤쪽 언덕에 있는 작은 공원이었다. 나는 어린 시절 산을 밀어버리고 만든 경사가 심한 동네에 살고 있었는데, 위쪽으로 가면 숲을 남겨놓은 부지가 있어서 나무가 울창한 곳은 철조망으로 막아놓고, 그중 일부는 공원과 놀이터를 조성해 놓은 곳이었다.(공원이라 봐야 평지를 만들고 벤치를 몇 개 설치해 놓은 공터) 산으로 치면 꼭대기 즈음에 조성해 놓은 곳이라 찾는 사람은 대부분 어린이들이었는데, 하필 그날따라 옆집 친구와 나는 숨바꼭질을 하겠다고 그 공원을 찾았었다.
아, 요즘은 어린아이들끼리 놀이터에서 놀면 부모님이 같이 나가서 지켜보고는 하던데 나 같은 세기말 탄생자에게는 그런 거 없었다. 난 한 골목 사는 집들끼리 다 아는 사이고 친구들이니 다같이 놀이터에서 놀다가 밥 먹을 시간 되면 집 들어가고 골목에서 공 차고 땅따먹기 하다가 밥 먹으러 오라는 소리 들으면 집에 가고 밥 먹다가도 소독차 오는 소리 들리면 뛰쳐나가던 낭만의 시대, 낭만의 동네에서 살았다. 그러니 놀이터에는 당연히 애들밖에 없었을 수밖에.
친구가 술래인 차례였고, 나는 꼭꼭 숨겠다고 공원 구석 벤치가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벤치 뒤에 작은 풀숲과 나무들이 있었으니까 그 뒤로 숨기 위해서... 그리고 그 아저씨는 숲과 공원 경계 그 구석 즈음에 뒤돌아서있었다. 그리고 난 정말 머저리 같게도 오지랖도 궁금증도 많았어서 내 발로 그 사람의 주변에 가서 말을 걸었다. 생뚱맞게 구석에서 튀어나왔고 처음 보는 행각을 하고 있었기에.
"아저씨 뭐해?"
그 사람은 내게 가까이 와보라고 했다. 분명히 옷은 다 입었는데 바지에서 뭔가 빠져나와있었다. 그 사람은 그걸 열심히 만져댔고 나에게 만져보라고 거듭 말하기도 했다. 내가 처음 보는 게 이상해서 싫다
하니 내 얼굴에 웃으면서 가져다 대기도 했다. 난 그때, 정말 너무 어려서 그게 뭔지 몰랐었다. 그러면서도 본능적인 거부감이었는지 뭔지, 그 아저씨가 꽉 잡고 있는 내 어깨를 놔주었으면 했는데 그러다 숫자를 다 세고 찾으러온 술래가 날 발견해 불러주면서 그 덕분에 자리를 피할 수 있었다. 아 나는 내 발로, 내 스스로 그 수상한 사람에게 다가가서 말을 걸었다. 정말 내 자신이 이렇게나 혐오스러울 수 있을까.
그런데
나는 몰랐어도 당신은 다 알았잖아.
사람이면 그러면 안 되잖아.
난 겨우 4살이었는데.
흰색 상의
베이지색 바지
바지보다 더 진한 갈색 벨트
이제 나이를 먹으니 지나치게 선명하던 어릴 때 기억들도 하나 둘 사라져 가는데 도무지 이 기억이 잊히질 않아서 가끔 헛된 망상에 사로잡힌다. 혹시 그때 짐승은 사실 정말 나쁜 악마였고, 이때 내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저주에 걸린 거 아니었을까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