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하는 것들과 우울증
**이번글은 누군가에게 트라우마 혹은 불쾌감과 거부감을 유발할 수 있으니 참고해 주시길 바랍니다.**
공원에서 짐승을 만난 후로도 한동안 나는 잘 지냈다. 그게 대체 뭐였는지 아무것도 몰랐기에 잘 지냈었다. 다음으로 마주한 사람 같지도 않은 존재들은 나의 친척이었다.
씨족마을. 성씨와 본관이 같은 혈연집단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마을을 지칭하는데 나의 친가 쪽 조부모는 경상도 어느 깡촌의 작은 씨족마을에 살고 있었다. 그 사람은 나의 5촌이 되는 사람이었고 조부모와 굉장히 가까이 살고 있었다. 삼촌뻘의 나이이던 그 짐승은 나름 어린아이들과도 잘 놀아주어 내 또래의 사촌들에게 굉장히 인기가 많았었는데, 집 뒤편으로 나를 데리고 가서 이상한 짓을 일삼았다. 그때는 대체 뭐 하는 걸까, 그냥 놀아주면 좋겠는데라고 생각하고 막연히 싫다고 생각했는데, 나중에야 깨우쳐보니 이성 사이에서 하는 키스마크를 만드는 행동. 애무를 내게 하고 있었다. 내 손등과 귀에.
그때 나는 단지 7살이었다. 그 자는 내가 11살이 될 때까지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에 한두 번씩 반복하곤 했다. 그리고 11살 때 알았다. 내가 조부모 집을 가면 가장 친하게 지내던 친척 동생이, 그 사람에게는 친조카가 나와 같은 짓을 겪고 있었다는 걸. 둘 다 뭔가 이상하고 꺼림칙하고 싫지만 대체 뭔지 몰라서 당하고 있었다는 걸.
나는 그 미친 사람을 아직도 가끔 본다. 친척들의 결혼식을 참석하면 꼭 본다. 내가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걸까. 그래. 집안 어른들은 아무도 그 자가 미친 자인걸 모른다.
그리고 내가 10살일 무렵에는 외가 친척, 나와 단 3살이 차이나는 사람에게 추행을 당했다. 어른들은 그냥 방에서 놀았을 거라고 생각했을 거다. 나도 그냥 놀았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간지럼을 태우는 척하면서 그냥 가슴만 주무르고 있던 거였다. 2차 성징이 시작되지도 않은 10살짜리가 뭐가 있다고 자신의 성적 궁금증을 채우기 위해서 날 이용한 거다. 다행스럽게 그쪽 집안과는 볼일이 없어지면서 더 이상 보지 않았지만.
의아하게 느낄 수도 있겠다. 이건 몰라도 너무 몰랐던 거 아닌가. 이 나이면 알 것 다 알지 않나 싶을 수 있겠다. 그런데 내가 어릴 때는 컴퓨터와 인터넷이 도입이 되긴 했지만 그렇게 애들이 활발하게 뭘 검색하고 보는 시대가 아니었다. 친척이 사용하던 컴퓨터를 물려받으면서 컴퓨터가 하나 집에 생기긴 했지만 인터넷 사용 따윈 없고 슈퍼마리오, 고인돌, 프린세스 메이커, 크레이지아케이드 같은 게임이나 했었으니, 요즘 세대 아이들처럼 성적으로 깨우침이 빠르지가 않았다. 게다가 요즘은 성교육도 잘하던데 내가 학교를 다닐 때는 정자와 난자가 헤엄쳐서 만나는 비디오만, 그것도 중학교에 가서야 틀어줬다. (내가 성적으로 유독 굉장히 느리기도 했을 것이다. 난 애가 생기는 방법을 중1에야 알았다. 그것도 친구들이 말해줘서.. 무의식적으로 내가 피하고 눈감고 듣지 않으려 알지 않으려 한걸수도 있겠다.)
성교육이라도 받았다면, 뭔가 이상하다고 느끼고 피하기라도 했을 텐데 아무것도 몰라서 피하지도 못했다.
그리고 아무것도 모르던 무지에 대한 결과는 굉장히 잔인하다. 그 모든 것이 가만히, 반항 한 번 없이, 몰랐다는 이유로 추행했던 사람과 사이좋게 놀았던, 그 모든 시간들이 뒤늦게 심각한 자기혐오로 이어지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