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Ian Feb 03. 2022

47kg로 적당히 유지하는 비결

운동 없이 생활 습관으로만 가능합니다.

살이 다시 쪘다. 공복 체중을 제니 2주 전의 몸무게로 돌아가 있었다. 당연한 결과였다. 그렇게 쳐 먹었으니 자연의 섭리대로 지방이 축적된 거다. 2주의 생활 패턴을 보면 아침 점심을 먹고, 간식을 먹고, 저녁을 먹고 간식을 먹고, 자기 전에 또 간식을 먹고 수면했다. 거짓 배고픔에 속아 자기 전 간식을 먹지 않으면 배가 고픈 느낌에 새벽 2시가 넘어서도 잠들지 못했다.


47kg 이 나가던 5개월 전에는 이렇지 않았다. 아침은 커피요, 점심은 먹는 둥 마는 둥, 저녁은 세수저 정도 먹고 말았다. 그래도 포만감에 가득한 하루였다. 확실히 적게 먹고 많이 움직였다. 식욕이 너무 없어서 보약으로라도 증진시켜야 하나 걱정하던 때였다. (고전설화 같다.)

지금은 턱살만 2kg이 나갈 것 같다. 인생의 행복도는 최상인데, 옷맵시는 최악이니 모순이지 않은가? 내가 괴로워야 예쁘게 살 수 있다니 이건 좀 슬프다.      


아무튼 그때는 어떻게 마름을 유지할 수 있었을까?

복기를 해보면,      


1. 무식욕의 상태를 불편해하지 않음.

(1) 배부른 느낌을 싫어했다.

간식이라고 해봐야 커피 정도. 위장에 기름지고, 달고, 짜고, 매운 것들을 넣기가 싫었다. 무색무취 무맛을 선호했다. 소화가 더디기도 했고, 그 배부른 느낌이 싫었다. 빵을 먹으면 밥을 못 먹었고, 커피를 마시면 아침이 해결됐다. 저녁 약속을 잡으면 두 숟갈 먹고 배가 차서 주변의 원성을 샀다. ‘왜 음식을 먹다 말아? 좀 더 먹어. 아깝다.’ 내가 자주 듣는 소리 best 3에 들어갈 만큼 지겹게 들었다.  


(2) 모든 음식을 소분해서 먹었다.

1인분으로 나오는 음식의 모든 양이 나에게는 너무 많았다. 한식, 중식. 양식 (일식은 체질상 먹지 못한다.)을 시킬 때 한 사람 양을 먹지 못해서 음식이 나오면 먹을 만큼만 덜어서 식사했다. 늘 식사를 마치고 나면 ‘넌 뭘 먹은 거야?’라는 빈정 상하는 말을 듣기 일쑤였다. 주변 사람들의 말에 의하면 음식을 받고 나서 와 먹고 난 후가 틀린 그림 찾기 수준으로 똑같았다고 한다.


(3) 스트레스를 받으면 곡기부터 끊는다.

만약 스트레스받는 일이라도 생기면 밥 생각을 잊고 산다. 점심시간 됐으니 밥을 먹어야지 라는 개념이 아니라 먹고 싶어지면 먹는다의 개념이었다. 하루 종일 무언갈 먹고 싶지 않을 때도 있어서 그냥 커피 마시고 사탕 몇 개 먹고 하루 식사가 끝나는 경우도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조금만 신경이 쓰이면 소화가 잘 안 되고 위장에서 음식을 거부해서 뭘 먹고 싶어도 잘 넘기지 못했다. 그래서 그냥 물처럼 삼킬 수 있는 것에 많은 의지를 했던 것 같다.      


2. 타이트한 옷이 많았다.

나에게 옷은 M은 크고 S는 딱 맞는 사이즈여서 S를 주로 사 입었다. S가 좀 타이트해지면 살이 쪘나 싶어 더 움직였다. 그럼 다음날은 적당하게 들어가는 정도였다. 이 시절엔 다이어트한다는 사람들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나는 그냥 저녁만 조금 덜 먹어도 살이 1kg이 빠져 있었기 때문이다. (나 자신 좀 재수 없었네.) 아무튼 옷들이 작아서 좀 불편하게 착용된다 싶으면 식사량을 줄이거나 더 많이 움직였다. 이때의 나는 식욕이 일체 없었기 때문에 못 먹는다는 것에 대한 스트레스가 거의 없었다. 밥 대신 먹는 캡슐이 나온다길래 먹으면 편하겠다고 생각했으니까.      


3. 소화가 되면 잔다.

잠들기 전 6시간 전에는 음식을 먹지 않는다. 지금 생각하면 거의 간헐적 단식 수준이다. 17시간 공복 유지에 7시간 동안만 먹은 셈이다. 지금은 7시간 공복에 17시간을 먹는 것 같다. 소화도 너무 잘돼서 내일 아침에 뭘 먹을지를 생각하면서 잠이 든다. 세상에... 어느새 행복한 배부른 돼지가 되어 있었다.

이 때는 직장생활을 하고 있었으니 무조건 하루 6시간 이상을 잤어야 해서 12시 전에 소화가 안될 것 같다 싶으면 10시부터 뛰었다. 두툼한 매트 깔아놓고 1시간 30분 정도 달리면 어느 정도 소화가 됐다. 소화력이 달려서 운동을 한다는 것은 정말 비참한 일이다. 밥 먹고 바로 눕는 언니와 엄마가 부러웠으니까. 처절하게 소화를 다 시키고 진이 다 빠져서 잠이 들었다. 그때 내 소원이 잠들기 전에 소화가 다 되어 위가 좀 편한 상태로 잠들고 싶다였는데 지금은 소원을 이룬 것 같다. 역시 먹다 보면 소화력도 느나 보다. 뭐든 써야 는다는 말이 사실이었다.      


이상, 5개월 만에 5kg이 찐 사람의 말이었다. 금방 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쉽지가 않다. 다이어트 한약도 먹다가 4일 만에 빈혈이 오듯 어지러워서 일주일을 고생했다. 한약 환만 3일을 먹는 거였는데, 커피랑 같이 2일을 버티고, 3일 만에 밥을 퍼먹었다. 원래 세 숟갈만 먹어야 하는데 밥을 보고 눈이 돌아가서 다이어트 전보다 더 많이 먹게 된 셈이다. 뭐든 적당해야 한다. 내 식대로 정석대로 천천히 가야 한다. 내가 5kg을 천천히 1kg씩 찌운 것처럼, 뺄 때도 아마 그렇게 천천히 감량되지 않을까 싶다.


두 달 동안 다이어트용 도시락도 먹고, 체중감량 보조제도 먹고, 다이어트 한약도 먹어봤다. 그런데 하루 이틀 효과가 오고 바로 요요가 왔다. 어찌 보면 당연하다. 예전 식대로 먹으니까 그 몸무게로 바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다이어트는 평생 관리라는 말이 맞다. 평생 식욕과 싸워야 하고, 많이 먹으면 운동해야 한다. 쉽게 살을 빼는 건 없다. 다 생활습관의 결과인 것을.     


어쨌든, 나도 이제 다이어터로서 생활습관을 바로 잡으려고 한다.

그래서 오늘은 키토 김밥과 커피를 식사로 삼았다. (먹을 생각만 하는구나.)

근데 너무 맛있다. 먹을 때 가끔 맛있다는 생각이 들면 무섭다. 또 살이 오르려고 하는구나 라는 전초 신호 같아서. 먹을 것을 사랑하는 것도 좋지만 뭐든 적당히 하자는 마음을 갖고 먹을 것에만 집착하지 말아야겠다.


배달어플은 벌써 5번째 지우는데 6번째 설치했다. 하... 나란 사람...

뱃속의 허전함은 당신의 배고픔이 아니라 정신적 허기짐일 수 있다는 것. 식욕이 채웠던 즐거움에 대한 빈자리일 거다. 배고플 때는 물을 마시며 거짓 허기짐에서 벗어나 보려는 노력이 필요한 순간이다. 식욕을 이길 수 있는 무언가 재밌는 것을 찾아봐야겠다.

작가의 이전글 공무원이나 되라는 어머니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