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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an May 06. 2022

호감을 가지다(3)

좋게 여겼으나 사랑은 될 수 없었던 인연들.

이외에도 기억에 남는 사람이 몇 있다. 첫 번째는 롯데월드의 그 남자다. 앱 상에서 대화만 하다가 약속을 잡아볼 기회를 보고 있던 상태였다. 그는 일주일에 6번은 기도회에 참여할 만큼 독실한 기독교인이었다. 콩깍지에 씐 나는 그의 모습을 이상하다고 생각지 못하고 오히려 신앙심 깊은 모습에 반하기까지 했다.

그날도 나는 남자와 채팅을 하면서 설렘 가득한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그런데 우연찮게 교회 이야기가 나와서 나는 아무렇지 않게 무슨 교회에 다니는지, 어떤 종파인지 물었다. 남자는 조금 망설이더니 대답해주었다. 나는 단순한 궁금증으로 교회를 검색하다가 그 교회가 이단으로 판정된 곳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무교라면 모를까, 이단은 안된다. 나는 그를 차단하고, 그와의 모든 대화를 삭제했다. 마음은 접었지만 아쉬움과 그리움과 보고 싶은 감정이 연달아 몰아쳤다. 늘 내가 먼저 연락했고, 그의 답을 기다렸고, 그의 작은 반응 하나에도 열광하며 기뻐했었다.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대단한 사랑에 빠졌던 모양이다.


호감만으로 되지 않는 것이 사랑이고 연애다. 좋은 감정만으로 사랑에 빠질 수 없다면 그 외의 어떤 것들이 더 채워져야 하는 걸까. 내 심장을 향해 정확히 사랑을 겨눌 연인을 만나려면 어떤 준비가 필요한 것일까. 그도 나를 향해 걸어오고 있다면 나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내게 와주길 마음으로 빌어본다. 나는 잘 모르겠으니 내 반쪽이라도 답을 알고 내게 와 나를 힘껏 안아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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