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도를 유심히 보고 그 구성원을 봐라
이직을 준비하거나 새로운 팀에 합류할 때, 우리는 회사의 비전, 복지, 연봉 같은 달콤한 조건들에 먼저 눈길을 빼앗긴다. 하지만 정말 그 조직의 속살을 들여다보고 싶다면, 가장 먼저 펼쳐봐야 할 것은 화려한 소개자료가 아닌, 무미건조해 보이는 '조직도'다. 그 네모난 상자들과 실선 속에 조직의 건강 상태를 진단할 수 있는 비밀이 숨어있기 때문이다.
어느 날, 당신이 받아 든 조직도가 어딘가 기이하게 느껴진다면, 아래의 신호들을 한번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당신이 딛고 있는 배가 서서히 침몰하고 있다는 경고일지도 모르니 말이다.
조직도를 펼쳤을 때, C레벨과 각종 '리더' 직함을 단 임원들은 넘쳐나는데, 그 아래에서 실무를 이끌 중간관리자는 찾아보기 힘들고, 대다수가 주니어급 직원들로 채워져 있는가? 그렇다면 당신은 '허리가 부실한' 조직에 속해 있을 확률이 높다.
머리(임원)와 손발(주니어)만 있고, 그 사이를 잇는 튼튼한 허리가 없는 구조. 이런 조직에서는 임원의 지시가 현실과 동떨어진 채 공허하게 맴돌고, 실무단의 고충은 위로 전달되지 못한 채 묵살된다. 어린 친구들은 체계적인 가이드 없이 열정만으로 고군분투하다 소모되고, 임원들은 사소한 실무까지 직접 챙기느라 정작 중요한 의사결정을 놓친다. 소통은 단절되고 비효율은 일상이 된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그 많은 임원들의 나이가 의외로 어리다는 점이다. 물론, 탁월한 능력으로 빠르게 성장한 천재들도 존재할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은 회사의 성장 초기에 자리를 '선점'하여 능력 이상의 직급을 부여받은 '직급 인플레이션'의 수혜자들이다.
그들은 실제 경영 능력이나 리더십 경험이 부족함에도, 조직이 커지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임원이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문제는 이들이 자신의 부족함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는 조직을 병들게 하는 다음 단계의 씨앗이 된다.
자신의 자리가 역량이 아닌 '선점'의 결과물임을 아는 리더는 본능적으로 불안감을 느낀다. 그리고 그 불안감은 자기보다 똑똑하고 많이 아는 직원에 대한 경계심으로 이어진다. 자신의 무능이 드러날까 두려워 유능한 직원을 견제하고, 정보를 독점하며, 성장의 기회를 막아선다.
이런 리더 밑에서 어린 친구들은 영문도 모른 채 착취당한다. 비효율적인 업무 방식에 순응하고, 부당한 지시에 열정을 바친다. 정당한 보상과 성장은 멀어지고, 그 안에서 살아남기 위한 그들만의 서열 싸움이 시작된다. '선점 후 착취'의 반복 속에서 조직 문화는 서서히 썩어 들어간다.
회사의 곶간은 점점 바닥을 드러내고, 유능한 인재들은 하나둘 떠나간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문제를 만든 무능한 임원들은 꿋꿋이 자리를 지킨다. 그들이 회사의 비전이나 책임감 때문에 남아있는 것일까?
아니다. 그들의 목표는 단 하나, '스톡옵션'이다. 월급보다 훨씬 큰돈을 거머쥘 수 있는 그날까지, 그들은 어떻게든 버티고자 노력한다. 그들에게 회사는 일터가 아니라, 한몫 챙겨 떠나기 위한 투자 대상일 뿐이다. 회사가 망가지든, 후배들이 고통받든 상관없다. 그저 자신의 엑시트(Exit) 타이밍만 기다릴 뿐이다.
만약 당신의 조직에서 이 신호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발견된다면,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한다. 당신의 열정과 노력이 한 개인의 배를 불리는 데 소모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그 배가 가라앉기 전에 뛰어내릴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