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는 검은 백조를 사냥할 수 있을까?

실시간 예측이 가져오는 '안전의 착각'에 대하여

by 구매가 체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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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인간보다 더 많은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처리한다면 '검은 백조'는 사라지지 않을까?"


얼마 전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이다. 나심 탈레브가 말한 '검은 백조(Black Swan)'는 도저히 일어날 것 같지 않던 충격적인 사건을 뜻한다. 과거 인간은 정보가 부족하고 처리 속도가 느려 이 징조를 놓쳤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AI는 전 세계의 데이터를 0.001초 단위로 분석하고 예측한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는 불확실성이 제거된 세상에 살게 되는 걸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AI가 검은 백조를 없애기는커녕, 더 거대하고 위험한 놈으로 키우고 있다"는 생각에 도달했다. 그 이유는 역설적이게도 AI가 너무나 '합리적'이고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1. AI는 '슈퍼 칠면조(Super Turkey)'다


나심 탈레브의 유명한 비유인 '칠면조의 오류'를 떠올려 보자. 칠면조는 주인이 매일 밥을 줄 때마다 데이터를 축적한다. "어제도 밥을 줬고, 오늘도 줬어. 주인은 나를 사랑해. 고로 내일도 밥을 줄 거야." 데이터가 쌓일수록 칠면조의 신뢰도는 99.9%를 향해 간다. 하지만 1,001번째 날은 '추수감사절'이다. 칠면조의 데이터 모델에는 '도살'이라는 변수가 없었다.


AI는 인간보다 훨씬 똑똑한 슈퍼 칠면조다. 인간은 "혹시 모르잖아?"라며 본능적으로 의심이라도 하지만, AI는 지난 10년, 100년 치 데이터를 완벽하게 분석해 "내일 주인이 밥을 줄 확률은 99.99999%입니다"라고 확언한다. 우리는 그 정밀한 숫자에 매료되어 '안전장치'를 해제한다. AI의 확신이 우리를 가장 위험한 방심으로 이끄는 것이다.


2. 실시간 예측의 함정: 나비효과를 태풍으로


AI가 '실시간'으로 예측한다는 것은 축복일까? SCM(공급망 관리)이나 주식 시장을 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

과거에는 인간의 판단이 느려서 생기는 '비효율'이 존재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느림은 시스템의 완충재 역할을 했다. 누군가 패닉에 빠져도 다른 누군가는 이성적일 시간이 있었다.


하지만 모든 시스템이 AI를 통해 실시간으로 최적화된 세상은 다르다. 어떤 작은 변수(예: 특정 원자재의 미세한 가격 변동)가 감지되는 순간, 전 세계의 모든 AI가 동시에 "매도하라" 혹은 "재고를 줄여라"라고 0.1초 만에 명령을 내린다면?

시장은 순식간에 붕괴한다. 실시간 예측과 대응이 과도하게 밀집되면, 나비의 날갯짓 한 번이 태풍이 되는 것을 막을 틈이 없다.


3. 우리가 준비해야 할 것은 '수정구슬'이 아닌 '충격 흡수'


결국 AI는 '흰 백조(일상적 패턴)'와 '회색 코뿔소(예상 가능한 위험)'를 처리하는 데는 신(God)과 같은 능력을 보여준다. 하지만 데이터의 영역 바깥에 있는 '검은 백조' 앞에서는 무력하다. AI에게 미래란 언제나 '과거 데이터의 변주'일 뿐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AI를 어떻게 대해야 할까?


AI에게 "미래를 맞춰봐"라고 묻는 것을 멈춰야 한다. 대신 "우리가 생각지 못한 최악의 시나리오가 터졌을 때, 우리 시스템이 버틸 수 있어?"라고 물어야 한다.


예측의 정확도를 높이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예측이 빗나갔을 때 무너지지 않는 회복 탄력성을 갖추는 것이다. AI는 훌륭한 도구지만, 핸들을 쥐어야 하는 것은 여전히, '데이터에 없는 변수'를 상상할 수 있는 인간의 몫이다.


우리는 지금, AI라는 칠면조를 믿고 추수감사절을 잊고 있는 건 아닐까.


Writer's Note

업무를 하며 효율성과 최적화를 쫓지만, 그 이면에 숨은 취약성에 대해 늘 고민합니다. AI 시대의 생존법은 '예측'이 아닌 '대응'에 있다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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