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바이오와 산업재 시장의 대분기를 맞이하며
팬데믹 이후 우리를 집요하게 괴롭히던 인플레이션이라는 파도가 잦아들고 있다는 뉴스가 들려온다. 거시경제 지표상으로 2026년 글로벌 경제는 분명 물가 안정을 향해 가고 있다. 그런데 현업, 특히 공급망(SCM)과 전략 기획의 최전선에서 느끼는 체감 온도는 사뭇 다르다.
지표는 '안정'을 가리키는데, 실제 비즈니스 현장의 비용 구조는 여전히 '비상'을 외친다. 거시경제와 실물 경제의 비용 구조가 서로 다른 방향을 가리키며 찢어지는 현상. 나는 이것을 2026년의 대분기라고 부르고 싶다.
다가올 2026년, 기업들이 마주하게 될 복잡한 비용의 지형도를 미리 그려본다.
먼저 희소식부터 짚고 넘어가자. 세계은행(World Bank)과 IMF의 최신 전망을 종합해 보면, 2026년 범용 원자재 시장은 확실한 '공급 과잉' 국면에 접어든다.
가장 큰 이유는 에너지의 홍수다. 미국과 비OPEC+ 국가들의 석유 생산량이 기록적으로 늘어나며 유가는 하향 안정화될 것이다. 여기에 과거 전 세계 원자재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던 중국의 성장 동력이 부동산 침체와 내수 부진으로 꺼져버렸다.
이 두 가지 요인 덕분에 제조 원가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에너지, 철강, 범용 화학 제품의 가격은 떨어진다. 일반 제조업체 입장에서는 숨통이 트이는 디스인플레이션의 시기가 오는 셈이다.
하지만, 이것은 평균의 함정이다. 모든 산업이 이 혜택을 누리는 것은 아니다.
내가 주목하는 바이오헬스케어 산업은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 원자재 가격이 떨어지는데 왜 비용이 오르는가? 바로 '지정학적 리스크'가 곧장 현금 청구서로 날아오기 때문이다.
2026년 바이오 업계를 뒤흔들 가장 거대한 변수는 미국의 생물보안법(Biosecure Act)이다. 중국 기업을 배제하려는 이 법안은 글로벌 공급망의 강제적인 재편을 요구한다.
강제적 이별의 대가: "값싸고 품질 좋은" 중국 CDMO와 결별하고 서구권 기업으로 파트너를 바꾸는 순간, 제조 단가는 즉각 30~50% 상승한다.
기술 이전의 병목: 공장을 바꾸는 건 단순히 이사짐을 옮기는 것과 다르다. 기술 이전과 밸리데이션(검증)에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된다.
여기에 더해 바이오 공정에 필수적인 일회용 백(Single-use Bag)이나 특수 배지(Media) 시장은 소수 기업이 과점하고 있어 가격 결정권이 철저히 공급자에게 있다. 바이오 산업에서만큼은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건설과 산업재 시장에서도 흥미로운 차별화가 일어난다. 핵심은 '관세'와 '물류의 질'이다.
건설 자재의 이중성: 글로벌 철강 가격은 안정세지만, 미국 내 프로젝트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관세 장벽 때문이다. 미국 본토에서 공장을 짓는다면 관세로 인해 자재비가 9% 가까이 더 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물류의 양극화: 바다(해상 운송)는 배가 너무 많아 운임이 내려가지만, 하늘(항공/콜드체인)은 다르다. 온도 관리가 필수인 의약품 운송이나, 리드타임이 생명인 AI 반도체 물류는 여전히 '부르는 게 값'인 프리미엄 시장을 형성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2026년은 "원자재 자체는 싸지지만, 그것을 안전하고 규제에 맞게 내 공장까지 가져오는 비용은 비싸지는 해"가 될 것이다.
내가 속한 바이오 산업에서라면 지금 당장 공급망 다변화 예산을 확보해야 하고, 일반 제조 기업이라도 관세 장벽을 넘을 수 있는 우회로를 고민해야 한다. '평균의 함정'에 빠지지 마라. 전체 물가가 3% 오른다고 해서 내 비즈니스의 비용도 3%만 오르는 것은 아니다.
다가오는 '대분기'의 시대, 당신의 공급망 전략은 안녕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