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일을 알아야 내일을 잘하지.
‘내 일만 잘하면 된다.’ 직장 생활을 시작할 때 우리는 이 말을 금과옥조처럼 여긴다.
맡은 바 책임에 충실하고, 내 영역에서 최고가 되는 것. 그것이 프로페셔널의 덕목이라 믿는다.
나 역시 그랬다.
내 앞에 놓인 나무를 가장 빠르고 정확하게 베어내는 것이 나의 유일한 목표였다.
하지만 팀을 이끌게 된 지금, 나는 안다.
‘내 일만 잘하는 것’만큼 위험한 착각은 없다는 것을. 그리고 팀원에게 ‘네 일만 하라’고 말하는 것만큼 성장을 가로막는 무책임한 말은 없다는 것을.
작년 4분기, 한 핵심 소재의 가격이 30% 급등했다. 만약 우리 팀이 각자 ‘자기 일’만 하는 곳이었다면 어땠을까? 담당자는 밤을 새워 더 싼 대체재를 찾거나, 가격을 깎기 위해 공급사와 의미 없는 씨름만 하고 있었을 것이다.
주어진 나무를 베기 위해 익숙한 도끼만 휘두르는 셈이다.
하지만 우리는 숲을 보기로 했다.
담당자는 가장 먼저 R&D팀을 찾아가 그 소재가 우리 제품의 심장과도 같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유관부서들과 논의하며 재고가 바닥났을 때 발생할 수십억 원의 손실을 계산했다.
이 정보들을 종합하자 우리가 베어야 할 진짜 나무가 보였다. 그건 ‘단순 원가 절감’이 아닌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였다. 결국 우리는 다소 높은 가격이더라도 향후 2년간 공급을 보장받는 장기계약을 체결했다. 이 결정은 당시의 어떤 원가 절감보다 회사에 더 큰 이익을 가져다주었다.
이처럼 최고의 결정은 내 책상 앞이 아닌, 여러 부서의 경계가 맞닿은 곳에서 나온다. 내 일의 앞과 뒤에 어떤 일들이 연결되어 있는지 알 때, 우리는 비로소 평범한 과업을 탁월한 성과로 바꿀 수 있다.
많은 리더가 효율이라는 명목 아래 일을 잘게 쪼개어 팀원에게 나눠준다. 특히 대기업에서는.. 명확한 지시는 단기적인 성과를 보장하는 가장 쉬운 방법이다. 하지만 이는 팀원을 ‘업무 처리자-발주 머신, 앵무새’로 만들 뿐, ‘문제 해결사’로 키우지는 못한다.
리더의 진짜 역할은 지시가 아닌 연결에 있다.
팀원이 하는 일이 회사의 어떤 목표와 연결되는지, 다른 팀의 업무와 어떻게 맞물려 돌아가는지, 그 맥락과 배경을 끊임없이 공유해야 한다.
‘왜’를 아는 사람은 스스로 움직인다. 업무의 목적을 이해한 팀원은 수동적으로 일하지 않는다. 예상치 못한 변수가 생겼을 때 “어떡하죠?”라고 묻기 전에, “A와 B라는 대안이 있는데, 우리 목표를 고려하면 A가 더 나을 것 같습니다.”라고 먼저 제안한다.
성장은 시야의 확장과 함께 온다. 다른 팀의 회의록을 읽고, 요청부서의 고민을 들으며 팀원의 시야는 자연스럽게 넓어진다. 자신의 일이 단순히 반복되는 과업이 아니라, 더 큰 가치를 만드는 과정의 일부임을 깨닫게 된다. 이것이 진정한 동기부여다.
리더는 더 큰 숲을 볼 시간을 얻는다. 팀원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작은 숲을 볼 수 있게 되면, 리더는 비로소 마이크로매니징에서 벗어나 더 큰 숲과 다른 숲을 볼 시간을 얻는다. 팀원의 성장은 곧 리더 자신을 성장시키는 가장 확실한 동력이다.
프로페셔널이란 자신의 영역에 벽을 쌓고 ‘내 일’만 완벽하게 해내는 사람이 아니다.
자신의 일이 전체 시스템 속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 이해하고, 다른 영역과 끊임없이 연결하며 더 나은 가치를 만들어내는 사람이다.
오늘도 나는 팀원들에게 그들이 맡은 나무에 대해서만 이야기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함께 가꾸고 있는 이 숲 전체의 풍경을 보여줄 것이다. 그것이 팀원과 나, 그리고 회사 모두가 함께 성장하는 유일한 길임을 알기 때문이고, 나 또한 일을 배울떄 그점이 간절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