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이 내게도 옵니다

by 정용수

내 앞에 서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을 때가 옵니다

내가 줄의 가장 선두일 때가 옵니다

모르는 걸 물어볼 수 있는 어른이

주위에 더 이상 없을 때가 옵니다


갑자기 노안(老眼)이 찾아왔듯이

물러설 수 없는 벼랑 끝에

갑자기 서는 날이 옵니다


먼저 떠난 사람들에게 그러했듯이

세월은 머뭇거리고 있는

내 사정도 봐주지 않을 것입니다


예측하지 못한 상황을 만나

낯선 곳에서 비를 맞으며

보내야 했던 그 밤처럼

그날도 담담히 견딜 수 있기만을

기도할 뿐입니다


살아온 날들 돌아보니

맑은 날도 좋았지만

흐린 날도 나쁘지만은 않았습니다

슬픔의 날에 발견한 행복도 적지 않았습니다


아픔의 날도, 절망의 날도

버릴 수 없는

소중한 시간이었음을

이제사 깨닫게 됩니다


세상을 원망하지 않고

사람을 원망하지 않고

끝까지 교양 있는 말투를 사용하는

사람으로 살다가

조용히 길 떠나는

착한 인생이고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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