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한 하루

by 정용수

한여름 들판엔

약한 것들이 먼저 시든다

고생한 것들이 먼저 늙는다


악착같이 살고도

열매 없는 슬픔에

저 먼저 시드는 나무가 있다


바람 많은 자리에

뿌리 내린 슬픈 운명

누구도 탓할 수 없어

혼자서만 아파하는

착한 나무가 있다


한여름 들판의

그늘진 곳에서

문득

구의역,

열아홉 살,

컵라면으로 기억되는

어느 청춘의 모진 아픔이 떠올라

울컥 목이 메는 미안한 하루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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