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코가 석 자’인 세월

by 정용수

어머니를 응급실로, 다시 중환자실로

옮기는 힘 든 하루를 보냈습니다.


‘내 코가 석 자’일 땐

다른 사람의 처지를 돌아보기가 참 어렵습니다.

힘들고 어려운 이웃이 눈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그런데 막상 ‘내 코가 석 자’인 세월을 살아 보니

내 주위엔 나를 꾸준히 지켜봐 주며 걱정해 주는 사람이

의외로 많음을 알게 됩니다.


많은 대화를 나눈 것도 아닌데

내 마음을 꿰뚫어 보는 듯한

따뜻한 위로와 권면을 건네는 고마운 분도 있었습니다.


어쩌면 그들에게도 ‘코가 석 자’인 시절이 있었기에

같은 처지의 나에게

공감과 위로의 마음을 갖게 되었는지도 모릅니다.


지금은 정신없이 바쁘고 힘든

‘코가 석 자’인 시간을 살아가고 있지만

이 시간이 지나가고

나에게도 인생의 여유가 조금 주어진다면

‘코가 석 자’인 시간을 살아 본 사람으로서

내 이웃의 형편과 처지에 맞는

깊고 따뜻한 위로의 말 하나

알뜰히 준비하였다가 나눠 주고 싶습니다.


설령 ‘코가 석 자’인 시간을 잘 이겨 내지 못해

내게 실패의 경험만 남았더라도

그 나름의 공감과 위로의 마음을 꼭 전하고 싶습니다.

성공한 사람의 훈계보다

때론, 실패한 사람의 권면이 더 감동적일 수 있으니까요.


저마다 자기만의 무거운 짐들이 있음에도

서로의 짐을 걱정하며 다독여 주시는

고마운 분들이 있기에

어느 詩人의 말처럼

인생은

참 행복한 소풍입니다.

참 고마운 선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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