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 하나 만나
詩 하나 얻고,
절망 하나 품어
노래하나 얻는다
남아 있는
내 아픔의 날들 속에는
또 어떤 노래, 어떤 詩가
숨어 있을까
기쁨보다 슬픔 쪽으로
더 예민하게 나를 만드신
그분의 섭리 앞에
내 슬픈 노래와 詩도
소명을 다한 열매가 될 수 있을까
슬픔의 강변을 거닐며
詩 하나 건져서 돌아오는
이 흐린 날도
그래서 내겐 축복일 수 있을까
끊어질 듯 가는 현(絃)으로 살아가는
내 인생의 불안한 고음도
당신의 나라에 어울리는
온전한 화음으로 사용될 수 있을까
비 오면 흔들리고
바람 불면 주저앉는
내 빈약한 넋두리도
의미 있는 기도가 될 수 있을까
이렇게 많이 넘어지고서도
그날에
잘했다 칭찬받는
착한 종으로
그분 앞에 설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