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 하나에 詩 하나

by 정용수

슬픔 하나 만나

詩 하나 얻고,

절망 하나 품어

노래하나 얻는다


남아 있는

내 아픔의 날들 속에는

또 어떤 노래, 어떤 詩가

숨어 있을까


기쁨보다 슬픔 쪽으로

더 예민하게 나를 만드신

그분의 섭리 앞에

내 슬픈 노래와 詩도

소명을 다한 열매가 될 수 있을까


슬픔의 강변을 거닐며

詩 하나 건져서 돌아오는

이 흐린 날도

그래서 내겐 축복일 수 있을까


끊어질 듯 가는 현(絃)으로 살아가는

내 인생의 불안한 고음도

당신의 나라에 어울리는

온전한 화음으로 사용될 수 있을까


비 오면 흔들리고

바람 불면 주저앉는

내 빈약한 넋두리도

의미 있는 기도가 될 수 있을까


이렇게 많이 넘어지고서도

그날에

잘했다 칭찬받는

착한 종으로

그분 앞에 설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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