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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 가까이 두고

by 정용수

여행을 다녀온 후 매번 느끼는 건

집의 편안함.

그중 잠자리의 편안함.


특급 호텔의 침실로도

낡은 내 침대와 베개, 헐렁한 잠옷 바지가 주는

편안함에 견줄 수 없습니다.


함께 보낸 시간들로 익숙해진 물건들이 주는 편안함이

얼마나 고마운 것인지 매번 여행을 통해 깨닫곤 합니다.


화려하지 않아도

비싸지 않아도

편안함을 주는 내게 꼭 맞는 물건들이 있습니다.


사람도 그렇습니다.

부자가 아니어도,

학벌이 높지 않아도,

좀 세련되지 않아도

함께 있음이 너무 편안한 사람이 있습니다.

매일 베고 자는 베개처럼 편안한 사람이 있습니다.


두서없이 아무 이야기나 해도

느낌이 통하고, 끝이 맞아떨어지는

내게 너무 익숙한 사람이 있습니다.


생각해 보면 너무 고마운 사람.

세상의 어떤 보석보다도 소중한 사람.

때론 너무 익숙해서 고마움을 잊고 살 때도 많지만

내 일상의 삶이 흔들리는 어려움을 겪을 때면

가장 먼저 찾아와 그 편안함으로 나를 감싸 주는 사람.


자신을 고집하지 않는 겸손과 기다림으로

내 눈높이에 자신을 맞추어 주는

따뜻한 배려가 내겐 습관인 사람.


그 고마운 사람들을

이젠 내 심장 가까이 두고

더욱 사랑하며 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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