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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하기

by 정용수

목수 아버지 작업장에 놀러 온 아이가

톱밥 속에서 자신의 소중한 시계를 잃어버렸습니다.

혼자서 열심히 찾았지만, 시계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때 목수 아버지가 한 일은

전기톱 스위치와 환풍기 스위치를 끄고,

소음을 일으키는 모든 것을 정지시킨 채

시계의 초침 소리가 들릴 때까지

한참을 조용히 침묵하는 것이었습니다.

얼마 후

시계의 작은 초침이 들리는 곳에서

아이는 소중한 시계를 다시 찾을 수 있었습니다.


인생의 소중한 것을 잃어버렸을 때에는

잠시 침묵해야 합니다.

일상의 소음들을 제거하고

분주한 삶을 잠시 내려놓고

소중한 존재의 작은 흔적까지 느낄 수 있도록

침묵해야 합니다.


바쁜 일상에 쫓겨 한동안 잊고 살았던

소중한 친구에게 늦은 밤 전화를 했습니다.

사고로 일주일 동안 입원했다 이제 막 퇴원했다는

친구의 안부에 마음이 아프고 참 미안했습니다.

대형사고로 이어질 뻔했는데 불행 중 다행이었다고

스스로 위로하는 친구의 말에 코끝이 찡했습니다.

바쁘다는 핑계로 잊고 살아온

소중한 존재들에 대해 많이 미안한 밤이었습니다.


무엇을 잃어버렸는지도 모른 채

바쁘게만 살아가는 오늘 나의 삶을 잠시 멈추고

소중한 존재들의 미세한 소리가 들리기까지

혼자만의 침묵을 다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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