껍데기들도 한때는 푸르른 잎이었다
성실히 양분을 나르는 착한 가지였다
생명 넘치던 순한 잎과 가지는
대중들의 환호와 권력에 흔들리면서
서서히 부패한 껍데기로 변해갔다.
더 이상 생명을 키울 수 없는
악취 나는 쓰레기로 변해버렸다.
껍데기로의 변질을 지켜보는 것은
늘 마음 아픈 일이지만
그 유혹으로부터 누군들 자유로울 수 있으랴.
생명을 키우기 위해 희생을 감당할 의지가 없다면,
편한 자리가 삶의 목표가 되어버렸다면
우리도 이미 껍데기로 변해 가고 있는지 모른다.
껍데기들의 추락으로 요란한 세상이지만
여전히 생명을 품고 사는
선한 씨앗들의 수고를 돌아보게 된다.
뿌리로부터의 건강한 수액을
높은 가지 끝까지 전달하기 위해
애써 발뒷꿈치 쳐들며 살아가는
착한 얼굴들을 바라보며
말만 많은 껍데기로 살아가는 부끄러운 나를
아프게 반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