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야 할 도시에
눈이 내린다
참았던 눈물인 양
초저녁부터 시작된 눈이
그칠 줄 모른다
하얗게 변해가는
도시의 풍경 앞에
애써 다독인 마음이
길을 잃는다
떠나야 할 시간에
또다시 네가 그립다
흰 눈에 덮혀
가뭇 사라지는
외딴 길처럼
그렇게 조용히
잊히길 기도했는데
네 이름 다시는
부르지 않기로 다짐했는데
너의 집 앞을 서성이다
혼자서 돌아 나오던
비탈진 골목길로 쏟아지던
그날의 함박눈처럼
또다시 돌아보게 된다
또다시 매달리게 된다
또다시 자책으로 서성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