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의 슬픔

by 정용수

4월의 꽃들이 만개한 봄날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딸아이의 결혼식을 마치고

혼자서 아내의 무덤을 찾아가던

그 남자의 슬픔을 헤아려 본다


모두가 행복한 결혼식장

아내의 빈자리가 혼자만 슬퍼

헛기침으로 참아 내던

그 남자의 속눈물을 헤아려 본다


예쁜 신부로 잘 자라 준 딸아이와

잘생긴 사위 놈 사진을 보여 주다

끝내 무덤가에 주저앉아 울고 마는

그 남자의 서러운 자책을 헤아려 본다


저무는 석양을 뒤로하고

일상으로 돌아가는

남자의 굽은 어깨 위로

흔들리며 지고 있는 마지막 벚꽃들이

아내의 손길인 것만 같아

몇 번이고 돌아서서 먼 산을 바라보던

그 남자의 막막한 외로움을 헤아려 본다


태연한 척 생명을 키워 가는

4월의 아픈 가슴속으로

강물 같은 슬픔 하나

소리 없이 흘러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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