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동서원 은행나무

by 정용수

고운 단풍 다 지고서야

도동서원 사백 년 은행나무

찾아갑니다


화려한 풍광 사라져

이젠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나목(裸木)의 시간 기다려

노을과 함께 찾아갑니다


서성이던 몇 사람들도 떠나고

드디어 둘만 남아 독대하는 시간

이 큰 나무 혼자서 소유할 수 있는

늦가을 저녁이

쓸쓸해서 오히려 감사합니다


힘겹게 겨울잠을 청하는

고단한 여정의 끝자리에

당신의 거친 손을 잡아주는

마지막 동행이 나였으면 좋겠습니다


당신의 쓸쓸한 얼굴을 사랑하는

비밀스러운 사람이

오직 나 하나였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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