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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파스빈 Oct 01. 2024

1박 2일 가족 여행

조카 결혼식을 빌미로 이루어진 대가족모임



참으로 오랜만의 일이다.

딸 아들 아내와 나 이렇게 넷이서 함께 하는 시간이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아들은 대학1학년 무렵 독립해서 나갔으니 벌써 나간 지 13년이 되었고 딸도 그사이 캐나다로 나가있었으니 넷이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었다.

며칠 전 아들이 갑자기 집으로 다시 들어오겠다고 해서 무슨 일인가 싶었다.

어쨌든 다시 들어와서 우리와 함께 산다니 반갑기도 했다.

이제 완벽한 우리 가족이 만들어진 느낌이다.


한동안 자식들이 모두 나가 있어서 이른 감이 있는 자식 없는 둥지였다가 갑자기 자식들이 모두 들어오니 집안이 꽉찬느낌이든다. 덕분에 아내는 둘이 단출히 먹던 식사에서 네 식구의 끼니를 해내야 하니 부담감이 없지 않겠지만 아내도 내심 행복해하는 눈치이다. 언젠가는 떠나보내야 할 자식들이지만 그래도 함께하는 시간이 불현듯 연장된 기쁨이 큰 거 같다는 생각이다.

나 역시도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만들어져서 행복한 마음은 한 가지이다.

부산에 살고 있는 조카의 늦깎이 결혼식이 있어 내려가야하는데 멀기도 하고 해서 나의 4형제 모두 모이기도 힘드니 다 같이 1박을 하기로 해서 나는 토요일 새벽 부지런을 떨어서 6시 즈음 출발을 했다.

 다행히 길은 막히지 않아 4시간 반 만에 도착해서 온천성당 근처 모모스 카페에서 커피도 마시면서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성당엘 도착했다.  엄숙한 성당 결혼식이어서 사뭇 일반 결혼식장과는 다른 분위기였지만 두 사람의 새로운 인생을 축하하기에는 더없는 장소였다는 생각이 든다.

숙박은 근처 농심호텔이라 해서 결혼식을 마치고 푸짐한 뷔페식사를 마치고 잠깐 네 식구는 광안리로 향했다. 가을 날씨지만 여전히 해변은 따가운 햇살이 내리쬐고 있었다. 해변을 거닐다 갑자기 들이닥치는 파도에 신발과 바지가 다 젖어 결국 근처 편의점에서 삼선 슬리퍼로 갈아 신고 해변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다.

예전 광안리와 다른점은 상가도 너무 잘 구성이 되어있고 눈에 띄게 외국인들이 많아진 점이다. 부산이 글로벌 도시가 되었다는 느낌이 물씬 들었다.  4형제의 자녀들과 며느리 손자 손녀까지 대가족이 함께 모여 맛있는 저녁식사도 하고 근처 카페에서 커피도 마시면서 밤바다를 수놓은 광안대교의 현란한 조명쇼도 보면서 삼삼오오 머여서 이야기 꽃을 피웠다.  

원래 광안리 해변에서 드론쇼를 하는 일정이 있어서 큰누나가 일부러 그 근처 음식점으로 정했는데 강풍으로 인해 취소되는 바람에 기대하던 드론쇼는 못 보게 되었다. 생애 첫 드론쇼 구경은 무산되었지만 형제들과  가족과 함께 하는 그 시간이 더없이 소중하고 귀한 시간이었다.


해변을 거닐어보니 버스킹공연도하고 오가는 여러 인종들의 모습을 보여 흡사 외국의 어느 해변을 거니는듯한 착각에 빠지기도 했다.

호텔로 돌아와 편의점에서 컵라면에 안주 맥주를 잔뜩 사들고 와서는 우리 네 식구 야참을 즐기며 즐거운 이야기꽃을 피웠다.

실로 얼마 만에 네 식구가 이렇게 모여서 시간을 보내는 건지 기억이 안 날 정도이다.


난 장시간의 운전으로 아들은 이틀의 휴가를 위한 가게 준비작업으로 밤을 새우고 새벽에 들어와서 출발한 거라서 다들 피곤이 절어있었다. 그래도 허심청에서 온천물로 목욕하면 풀릴까 하고 아침 6시 반에 아이들을 깨워서 온천으로 향했다.

처음 가보는 허심청은 규모면에서 국내최고를 자랑했다. 탕과 시설들도 오래된 온천임에도 잘 정돈되고 깔끔했고 특히 온천물이 너무 맑고 깨끗해서인지 살결마저도 부드럽게 해 주었다.


딸은 엄마랑 여탕으로 가고 난 아들과 남탕에서 오랜만에 부자간의 정을 느끼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아주 어릴 적 아들을 데리고 동네목욕탕을 갔던 기억도 나고 훨씬 더 오래전에 아버지와 함께 갔던 온천장에 대한 기억도 새록새록 올라왔다.

세월은 돌고 돌아 시간의 수레바퀴아래에서 이렇게 아버지가 되어 아들과 함께 온천탕에 몸을 담그고 있는 그 순간이 세월의 흐름을 가늠하게 했다.


다 같이 아침 식사를 하고 작은 누나네 식구들은 KTX로 서울로 올라가고 나는 우리 가족과 함께 부산 여행을 즐기기로 하고 해운대로 향했다. 그곳에도 외국인들의 모습이 많이 보였다. 해안열차를 예매하고 시간이 많이 남아서 근처에 있는 100층 스카이 뷰를 보러 들어갔다. 멀리 대마도가 어렴풋하게 어른거렸다. 쾌청하고 맑은 날씨가 주는 매력에 빠져들었다.  저 멀리 오륙도와 광안대교 부산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 보였다. 서울과 비교해도 손색없는 대도시의 기운이 느껴졌다.  

해안관광열차는 송정까지 느린 속도로 달려나갔고 차창밖의 풍경은 맑은 날씨와 함께 바다를 즐기기에 충분했다.

송정해수욕장에도 서핑을 즐기는 인파로 파도 저편에는 한 무리의 서핑족들이 다가오는 파도를 기다리며 파도와 함께 보였다 사라졌다 하면서 이국적인 풍경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해변에서 아들과 딸은 맨발로 백사장을 거닐었고 우리 부부는 그런 아들과 딸을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9월 말의 바닷가인데도 햇볕이 너무 따가워 오래 머물러 있을 수 없어서 다시 송정에서 해운대로 가는 기차에 몸을 싣고 같은 풍경을 또다시 바라보며 망중한을 즐겼다.  

아구 수육이 맛있는 곳이 있다고 아들이 추천하여 그곳에서 우리 가족은 수육과 찜을 시켜서 배부르게 먹었다. 수육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했는데 처음으로 먹어보는 아구수육도 맛있었지만 아구 간의 크리미 하고 구수한 맛은 일품이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부산 커피맛집 카페에 들러 커피도 한잔하고 고속도로에 차를 올렸다. 다행히 막히지 않고 시원하게 내달릴 수 있었다. 휴게소에서 저녁을 먹어려 했는데 늦은 저녁도 아닌데 대부분의 메뉴가 품절이었다.

다시 차를 내몰아 다음 휴게소를 갔는데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손님이 많이 줄어들어 그랬는지 예전의 휴게소의 분위기가 아니어서 안타따운 맘이 들었다.


차량에서 배민으로 주문을 하고 도착해서 식사를 하기로 했다. 그게 오히려 제대로 식사를 할 수 있는 방법 같았다.

도착하니 식사는 얌전히 현관문 앞에 도착해 있었고 바삐 저녁 상을 차려 다 함께 모여 앉아 늦은 저녁식사를하고 맥주 한잔도 곁들이고 아내는 아이스 와인 한잔으로 건배를 하며 맛있는 저녁식사를 했다.

함께한 시간들이 값지고 고마울 뿐이다.  


언젠가 아들은 아들대로 짝을 만나 살아갈 거고 딸도 남편감을 만나 그들만의 인생을 살아가는 날엔 아마도 이렇게 단출하게 네 식구가 즐길 수 있는 시간들이 많지 않다는 생각에 지금의 시간들이 귀하게만 느껴진다

언젠가 시간이 흐른 어느 날엔 각자의 짝들과 손자 손녀까지 다 모이면 대가족이 되어있을 거란 생각이 든다.

손녀에게 눈을 못 떼는 매형을 바라보며 손녀가 저렇게

좋을까 의아해하지만 나 또한 손녀 손자가 생기면 저렇게 될까 싶기도 하다.


아직은 이루어지지 않은 미래이지만 우리 자식들 모두 사랑하는 짝과 함께 행복한 가정을 이루고 다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날이 또 오리라 생각해 본다. 나와 아내가 이루어낸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고맙고 소중하기만 하다.

오래오래 다 함께 건강하게 인생을 살아가기를 간절히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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