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주 작
보기만해도 마음이 따뜻해지고 정겨움이 느껴진다.
고층 아파트로 장벽을 이루는 요즘의 풍경을보면 답답하고 차갑기만하다.
예전 어릴적 내가 살던 집은 이런 풍경이었다. 이층이상의 건물은 찾아보기 힘들었고 옥상만 올라가도 주위가 뻥뚫려 있어서 마을 전체를 다 내려다 볼수 있었다.
6살이 많은 형은 손재주가 좋아 뭐든 잘만들었다.
겨울이면 방패연을 만들고 연줄에 곱게 빻은 유리조각을 풀먹여 바르고 이웃동네 아이들과 연 싸움을 할때면 긴장한 마음으로 형의 연이 이기길 간절히 바랬었다.
형의 연과 싸우던 연이 연줄이 끊겨 맥없이 먼곳으로 날아갈때면 형이 이겼다는 기쁨으로 한없이 즐거웠었다.
이른아침 아버지가 근처 중학교로 출근을 하실때면 잠에서 덜깬 눈을 비비며 저멀리 출근하고 계신 아버지를 아부지! 하고 부르며 달려가 고사리 손을 펴 손바닥을 내밀면 아버진 두말않고 동전 하나를 내 손바닥 위에 올려두고 가셨다.
난 그돈으로 오늘 사먹을 군것질거리를 해결하곤했다.
그렇게 한달음에 달려갔던 골목길에 있었던 하꼬방집은 사라지고 나의 아부지도 사라지고 안계시다.
경제적으로 풍족하진 못했지만 동네구석구석이 놀이터였고 모두가 이웃이었던 때였다.
따뜻한 조명이 켜지고 골목길마다 저녁 밥때가되어 아이를 부르는 엄마의 외침이 울려퍼지면 삼삼오오 모여 놀던 친구들은 후다닥 각자의 집으로 흩어졌다.
한참 뛰어놀아 허기진 배를 엄마가 마련한 따뜻한 저녁밥으로 꼭꼭 눌러 채웠다.
김치만 있어도 내겐 진수성찬이었고 엄마가 밥뚜껑에 잘게 찢어 얹어놓은 김치 하나를 밥숟갈위에 올리고 먹었던 그 밥맛은 참으로 꿀맛이었다.
불켜진 집 곳곳에는 그들의 이야기가 있고 그 이야기따라 밤이 깊어간다.
옛 추억을 소환한 그림 한점!
지금은 찾아보기 힘든 풍경이어서 더욱더 정겹기만하다.
작년 5월 17일 첫 글을 올리고 오늘 올리는 이 글이 100번째 글이 된다. 혼자만의 생각과 추억들을 글이라는 활자를 통해 남겨둔 흔적들이 빼곡하다. 나의 일상이 가지런히 펼쳐져있고 사건들이 나열되있다. 나만의 역사가 남겨진 셈이다. 내일도 또 글을 쓰며 감성을 익히고 하루를 요약하고 훗날을 상상하며 그렇게 써내려갈것이다.
학원에서 학부형과 원장으로 만난 강성화 작가님이 내게 건네준 책 한권(내일 엄마가 죽는다면)의 저자가 바로 강성화 학부모님이었다. 상담중 자연스레 글쓰기에 대한 얘기가 오갔고 “원장님도 글을 한번 써보세요” 강성화 작가님의 제안에 난 말도 안되는 소리라며 손사레를 쳤다. 그러다 스물스물 글에 대한 욕심이 생기며 습작을 만들어 브런치 스토리에 도전을 했는데 며칠 뒤 메일이 와있었다. 작가되신것을 축하한다는 내용이었다. 첨엔 기쁜마음보다 어안이 벙벙했다.
내가 작가처럼 글을 쓸 자격이 있는가? 물음이 생겼지만 어쨌건 기쁜일이었다. 나에게 또다른 일이 생긴것이다. 후로 글쓰기에 욕심을 부리며 글감을 생각하며 지내는 시간들이 늘어갔다. 엉겁결에 된 작가라는 타이틀이지만 그옷에 맞는 체형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도 더 많이 읽어야겠다는 다짐이 생기고 체계적인 글쓰기를 배운바 없지만 그냥 무작정 써내려갔다. 그렇게 쓴글들이 이제 100편이 되었다.
어디에 내놓기 부끄러운 글들이지만 누구의 생각도 아닌 오로지 나의 생각들의 결정체이니 투박하지만 사랑스럽다.
지금은 그림 한점을 보고 글을 쓰는 작업을 매일 해 나가고 있다. 무슨 글이든 꾸준히 써 나가다보면 글쓰기 실력도 늘어날 것이라 확신한다. 200편 300편 글들이 늘어가면서 나도 더 성장해 나갈것이라 믿는다. 좋아서 하는일이니 오래오래 글쓰기는 지속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