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윤순 작
어느 겨울 아침 먼동이 튼다
옅은 안개가 내려앉은 조그마한 벌판엔
한여름을 이겨낸 풀들의 잔해가
어지러이 널려있다
뜬금없는 보트 한 척
양복을 입은 남자가 노를 젓는다
저 산으로 오르려 하는 걸까?
삶은 희극이기도 비극이기도 하다고 했다
멀리서 바라보니 재미난 발상이 희극 같다
하지만 자세히 보니 물도 없는 겨울 아침의
추운 들녘을 저렇게 노를 저어 가려는
의지가 한없이 애처로워 보인다
삶이 저런 걸까?
나아갈 수 없는 물길을
허우적거리는 애잔한 몸짓!
어느 작가분이 나에게 이 작품을 선물했다.
이런 문구와 함께…
예술이라는 배를 타고 삶 속으로 나아가는 재윤쌤!
아직
물이차지 않은 허허벌판의 배 한 척!
노아의 방주 마냥 언젠가 저 벌판엔
물이 가득 차올라 어디로든 노 저어 갈 수 있을 것이다.
예술이라는 배를 타고 물 만난 물고기 마냥
나는 삶을 노 저어 나아갈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