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환
시작은 작은 점 하나였다
점 하나로 탄생하고 서서히 명멸해 가는 삶
시작의 끝에서 다시 연결되는 그 점
무수한 반복이 만들어내는
역사의 순간이기도 하다
미처 펼쳐지지 않은 캔버스엔
또 다른 시작들이 이어지고 또 이어질 것이다
영원한 시작과 끝은 뫼비우스의 띠처럼
끊임없이 사라지고 생성되며
새로운 시작이기도 하고
조용한 마침이기도 하다
점 하나로 일제히 시작된 레이스는
바통을 넘기고 또 넘기며 끝나지 않는
영원의 레이스를 펼친다
무수한 점들의 레이스에 나도 너도
함께 달려 나간다
점점 희박해지는 공기처럼
시간의 포화도가 점점 옅어지며
점 하나의 역사는 기억을 남긴 채
새로운 점으로 이어 달리기를 해나간다
점으로부터 시작된 역사는
새로운 점으로 다시 역사를 만드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