삿뽀로 문학기행에서 둘째 날 쓰기 과제는 그날 찍은 사진들 중 한 장으로 글을 쓰기였다. 나는 눈보라 치는 대설산에서 찍은 사진 한 장을 골랐다. 15분 동안 글을 쓰고 각자 발표를 하고 그리고 함께 참가하신 신혜연 작가가 그중 두 명에게 책 선물을 하는 시간도 가졌는데 영광스럽게도 그 두 명 중에 한 명으로 지명되었다 한국으로 돌아와 작가의 친필 사진과 엽서가 들어있는 책 한 권이 배달되어 왔다.
그날 적은 글을 올려본다.
말로만 듣던 눈보라를 온몸으로 체험했다.
살면서 이런 환경에 놓여보기는 처음이다.
앞을 분간할 수 없는 강한 눈보라는 얼굴을 때리고
살을 에는 바람에 결국 볼은 빨갛게 물들어간다.
손은 얼고 점점 추위가 온몸을 에워싼다.
목표로 했던 지점을 채 50미터를 못 가고 중간에
포기하고 말았다.
다시 기회가 된다면 도전해야 한다.
늘 인생에는 기회라는 게 있지만 아쉬움에 뒤돌아
설 때도 있다. 하지만 도전하지 않았다면 이 아쉬움
마저 가지지 못했을 것이고 재도전에 대한 꿈마저도
꾸지 못했을 것이다.
눈못뜨는 눈보라를 맞으며 포즈를 취해본다.
내 모습이 어찌 나올지 나도 알지 못하지만
한 순간을 위한 침묵의 시간을 선택한다.
내가 나의 모습을 알 수 없는 삶이 사진 한 장의
자화상으로 확인된다.
좀 더 세월이 흐르면 이렇듯 염색의 세계를 저버리고
자연으로 돌아가면 이 모습을 나올지…
노년에 백발의 할아버지가 되었을 때 나의 모습이 이렇듯 여유로운 웃음을 짓는 모습이 되어 있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