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내게 주는 의미
이제야 깨닫는다. 무용하다고 여겼던 것들이 때로는 가장 유익한 것이 될 수 있음을. 한 번도 그림이 내게 의미 있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저 스쳐 지나가는 풍경처럼, 내 삶과는 무관한 것이었다. 가끔 예쁘다고 감탄할 때는 있었지만, 오래 바라보거나 곱씹어 본 적은 없었다.
어떤 인연은 바람처럼 스쳐 지나가지만, 어떤 인연은 마음 깊숙이 닿아 운명이 되기도 한다. 그림도 내겐 그런 존재였다. 처음에는 여느 때처럼 지나가는 것이라 여겼다. 늘 그래왔듯, 그림은 내게 낯선 세계였고, 여전히 무용한 것에 불과했다.
그러나 강릉의 작은 전시회에서, 나는 그림과 운명처럼 마주했다. 그 순간, 무용하다고 여겼던 그림에서 유익함의 단서를 찾아냈다. 그날 이후, 나는 그림을 보고, 사고하고, 그리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림이 내게 말을 걸었고, 나는 그림과 대화를 나누었다. 작가의 마음을 헤아리고, 그림 속 이야기를 상상하며 사유했다. 그렇게 그림은 내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존재가 되었다. 이제는 결코 무용하지 않은, 오히려 나를 가장 평화롭게 만들어주는 가치 있는 그것이 되었다.
세상의 모든 그림을 다 볼 수는 없지만, 내가 닿을 수 있는 그림들과 교감하려 한다. 내게 말을 거는 그림을 만날 때면, 마치 소풍날 보물 찾기에서 종이쪽지를 발견한 듯 가슴이 설렌다. 그 안에는 행복과 쓸쓸함, 외로움과 운명에 대한 이야기가 빼곡히 적혀 있다.
그림 속에는 인생의 모든 서사가 녹아 있다. 그것들은 조용히 나를 향해 말을 걸고, 나는 그 이야기를 꺼내어 읽는다. 오늘도 나는 그 목소리를 듣기 위해 그림책을 펼치고, 갤러리를 기웃거리고, 미술관을 찾는다. 내게 가장 유익한 그것을 만나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