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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파스빈 Jun 14. 2023

모찌 출산기

네마리 강아지의 엄마 아빠되기

모찌 출산기

딸 아이의 성화에 못이겨 강아지를 데려오기 위해 우리는 강아지 샵에서 물건 고르듯 맘에 드는 강아지를 선택할 수 밖에 없었다. 당시엔 강아지를 입양하는 내가 아는 유일한 방법이였으므로... 강아지를 키우면서 알게된 강아지 공장과 관련된 내용들을 알아가면서, 이제는 어미 품에서 젖도 떼지 못한 두달밖에 되지않은 새끼 강아지들이 샵의 유리 공간에 갇혀서 주인이 오기를 기다리는 모습을 볼때면 귀엽다는 생각보다는 안타깝고 안스러운 마음이 먼저든다. 이런 강아지 산업의 비윤리적인 행태도 반드시 바뀌어야 할 모습이라 생각한다. 그렇게 우리는 모찌를 집으로 데려왔고 아직 너무 어리기만 한 요녀석은 금방 우리집에 적응하며 무러무럭 잘 자라 주었다. 


처음 집으로 온날(이날은 모찌와 세상에서 첨으로 만난 날이다.종이박스에 실어서 데려왔었다. 낯선곳에서 어리둥절!)


첨 키워보는 강아지라 초보 엄마의 마음으로 여러가지 챙겨야 할것들을 하나하나 배워가며 사랑으로 키워가고 있었다.  두 아이들은 학교를 가고 아내와 나는 직장으로 출근을 하다보니 집엔 늘 어린 모찌 혼자 있게 되었다. 그나마 아내의 직장이 가까워 일찍 퇴근해서 아내가 케어를 했지만 식구들 모두가 없는 시간에는 오롯이 모찌 혼자였다.


그 긴 시간동안 혼자 뭘하며 지낼까 궁금한 우리는 집에 cctv를 달고 모찌의 일상을 공유를 했다. 식구들이 하나 둘 빠져나간 텅빈 집에 어린 모찌 혼자 남아서 언제 들어올지 모르는 주인을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었다. 현관 중문 앞에서 현관을 뚫어져라 지켜보다가 지쳐서 엎드렸다 다시 현관만을 바라보는 모찌의 모습은 우리 모두의 마음을 너무도 아프게 했다. 그래서 우리가 없는 시간에 함께 할 남자친구를 만들어줘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때는 강아지 공장의 참혹한 현실을 알고 난 후여서 우리는 지인의 소개로 집에서 분만하여 분양을 기다리는 모찌의 남자친구를 데릴러 부산까지 내려가서 데려왔는데 '모리'라고 이름 붙힌 모찌의 남자친구는 지병으로 한달만에 짦은 생을 마감했다. 다시 두번째 모리를 입양하게 되었고 새끼로 온 모리는 모찌와 잘 어울리며 지냈다.


새로 식구가 된 모리는 모찌와 사이좋게 지냈다.


모리가 성장하면서 숫컷의 본능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계속되는 마운팅에도 둘은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그때마다 우리는 모찌 모리가 새끼를 가져야할지 말지를 판단해야하는 시간의 연속이였다. 결국 우리는 그냥 모리 모찌 둘만 키우는것에 합의하고 모찌 모리의 중성화 수술날짜를 잡아두었다. 내일이면 모리의 수술날! 병원가기 전날밤 그날도 모리의 마운팅 도전은 계속되었고 그 광경을 볼때마다 제지를 시키고 있었는데 잠시 한눈 파는 사이에 그만 일이 성사되고 말았다. 끈질긴 도전은 결국 성공으로 이어졌다. 


모리는 그 순간이 얼마나 기뻤을까? 하지만 우리는 아뿔싸! 이 상황을 어떻게 할지 강아지 전문가에게 물어보고 둘을 억지로 떼어 놓았다. 그렇게 정신없는 밤이 지나고 이른 아침에 갑자기 모찌의 비명이 들려서 거실로 나가보니 또 성사가 되어있었다. 아 정말 어쩌란 말인가... 다시 강제로 떼어놓고 급히 예정된 수술을 받기 위해 모리를 병원으로 데려갔다.


일단 모찌는 임신이 됐는지 안됐는지는 몰라 수술을 연기했다. 그렇게 몇주가 지나고 모찌의 임신소식을 듣게 되었다. 한편으로는 기쁘기도하고 한편으로는 출산을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혼란스런 마음이 가득이었다.

임산부에게 좋다는 음식도 해먹이고 함께 모찌의 불러오는 배를 보면서 저렇게 작은 모찌가 새끼를 무사히 분만해 낼수 있을까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어쨌던 집에서 출산을 위한 준비는 해둬야했고 청실 홍실 가위 거즈 등등 분만에 필요한 도구들을 사서 챙기고 출산일을 기다리고 있었다. 


초음파를 통해 본 모찌의 뱃속에는 총 3마리의 새끼가 꼬물거리고 있었고 우리는 새식구를 맞을 만반의 준비를 해놓고 있었다. 배가 부를대로 불러온 어느날, 모찌는 출산을 위한 특이한 행동들을 하기 시작했다. 미리 수의사로부터 들었던 출산의 과정에서 나타나는 행동이었기에 바로 출산할 거라 생각하고 우리 모두는 모찌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한참을 진통을 겪고있는 모찌를 보면서 너무도 안타까운 마음과 안스런마음에 어찌할 바 몰라 하고 있는데 드디어 첫번째 새끼가 조금씩 나오기 시작했다  드디어 출산이 시작된 것이었다. 내가 도울일이라곤 빨리 나오게끔 도와주는거였는데 근데 더이상 새끼는 나오지 않고 산통만이 지속되었다. 두려운 마음에 병원에 전화했더니 더 지체말고 병원으로 데려오라는 수의사의 말에 고통스러워하는 모찌를 수건에 감싸안고 급히 병원으로 달려갔다.


 분만 촉진제를 놓고 기다렸지만 소식이 없자 병원에서는 제왕절개를 권했다. 모찌의 고통을 더이상 볼 수 없었고 또한 새끼들 마저 위험할 수 있는 순간이라 우리는 결국 수술에 동의했고 제왕절개 후 새끼들을 볼 수 있었지만 처음 분만을 시도했던 강아지는 이미 운명을 달리한 후였다. 추욱 쳐져서 숨소리도 사라져버린 새끼를 바라보며 그게 다 빨리 조처하지 못한 내 잘못이란 생각에 미안하고 죄스런 맘 뿐이었다.

집으로 돌아온 모찌는 새끼 양육에 대단한 모성애를 보이며 정성껏 케어해 주었다.

다행이 숫놈 두녀석은 건강한 모습으로 우리 앞에 왔다. 슬픔과 아픔을 뒤로하고 우린 새식구로 우리에게 온 지금의 하루와 하치를 바라보며 그 귀엾고 앙증맞은 녀석들을 바라보며 행복에 겨웠다. 출산을 끝내고 힘없이 누워있는 모찌를 보며 가여움과 동시에 잘 이겨내고 견뎌낸 대견함을 동시에 느꼈다. 모찌는 그렇게 병원에서 치료 후 무사히 다시 우리 집으로 돌아왔고, 너무도 작고 귀여운 두마리의 새로운 식구가 우리집으로 입성하게 되었다. 그렇게 우리는 네마리 강아지의 엄마 아빠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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