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간절한 표현 포옹

이중섭의 포옹을 보며

by 청일


마음을 표현하는 일이 반드시 문자로만 가능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오늘 나는 말보다 더 절실한 진심이 담긴 한 점의 그림을 보았다. 작고 가벼운 담배 은박지 위에, 이루지 못한 사랑과 그리움이 선으로 새겨져 있었다.


작품 속 인물들의 얼굴은 단순하다. 그러나 그 단순함 속에서도 두 팔로 서로를 끌어안는 몸짓은 놀라울 만큼 강렬했다. 서로를 간절함으로 감싸 안은 그들의 형상은 몇 가닥의 선으로만 이루어졌지만, 오히려 그 단순한 선들 속에서 더 큰 울림이 전해졌다.


은박지라는 재료가 가진 성질은 덧없다. 쉽게 구겨지고 쉽게 흩어지는 물질 위에, 그는 가장 간절한 마음을 새겨 넣었다. 오래 남지 못할 것 같은 표면 위에서 오히려 영원을 꿈꾸었다는 사실이 작품을 더욱 애잔하게 만든다. 거칠지만 힘 있는 선, 단순하지만 절실한 구도는 그가 품었던 마음의 무게를 고스란히 전해주었다.


두 아이의 아버지이자 한 여인의 남편이었던 이중섭은, 지독한 가난 끝에 아내와 아이들을 일본으로 떠나보낼 수밖에 없었다. 언젠가 반드시 다시 만나리라는 희망을 품었지만, 그 꿈은 끝내 이루어지지 않았다. 마흔이라는 짧은 생애 속에서, 포옹은 그의 현실이 아니라 간절히 꿈꾸는 장면으로만 남았다.


그래서 이 작은 은박지 그림은 단순한 애정의 표현을 넘어선다. 그것은 시대가 빼앗아간 평범한 행복을 향한 절규이며, 이루지 못한 사랑을 향한 마지막 몸짓이다. 선 하나하나에 담긴 절실한 떨림은 보는 이로 하여금 오래 시선을 머물게 하고, 마음을 저리게 만든다.


작품 앞에 서 있노라면 깨닫게 된다. 포옹은 누구에게나 당연한 일상의 장면 같지만, 어떤 이에게는 결코 손에 닿지 못한 꿈일 수도 있다는 것을. 이 작은 그림 속 포옹은 이제 한 사람의 개인사를 넘어, 인간이 본질적으로 갈망하는 사랑의 상징으로 남아 있다.


은박지 위의 선들은 여전히 우리에게 속삭인다.

사랑하고 싶었다, 껴안고 싶었다, 함께하고 싶었다.

그리고 그 절실한 바람은 세월을 넘어 지금 이 순간, 나의 가슴에도 깊은 울림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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