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력 리부트, 두 번째 시간

by 청일



푸르른 하늘은 어느새 계절을 바꿔 말하고 있었다. “이제는 가을이야.”

하얀 뭉게구름이 두둥실 떠 있는 청명한 하늘은 그 자체로 한 폭의 그림이었고, 그 풍경은 오늘의 나를 이끌어주는 서곡처럼 느껴졌다. 가을 하늘이 내 마음을 한껏 부풀려놓은 그날, 나는 같은 결을 지닌 이들과 마주하기 위해 약속된 공간으로 향했다.


‘재미와 의미’라는 이름의 공방은 아트코치 동기분이 새롭게 연 글쓰기의 집. 갈현동의 오래된 골목 한편, 초록빛으로 칠해진 입구는 마치 또 다른 세계로 통하는 문 같았다. 처음 들어선 작은 공간은 이내 사람들의 발걸음과 숨결로 따뜻하게 채워졌다.


오늘의 수업은 박윤경 작가와 함께하는 그림 시간이었다. 그림에 서툰 내가 도화지를 마주한다니, 어쩐지 우스우면서도 묘한 설렘이 일었다. 작가는 파스텔과 목탄, 아이섀도와 수십 장의 밑그림을 준비해 왔다. 변리사로 24년을 지내온 동시에, 출판 작가이자 그림 작가로 살아온 그는 글과 그림이야말로 삶의 수렁에서 자신을 끌어올린 두레박이었다고 말했다. 그 고백이 오래 마음에 남았다.


우리는 각자 마음이 끌리는 새의 도안을 선택했다. 같은 새 도안이라도 손길마다 빛깔과 결이 달랐다. 종이 위에 번져가는 색과 선이 곧 그 사람의 호흡과도 같았다. 인간은 누구나 숨길 수 없는 존재의 특별함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한 장의 그림에서 새삼 느낄 수 있었다.


내가 그린 새는 솔직히 서툴렀다. 그러나 작가는 “꽝 그림은 없다”라고 단호히 말했다. 그 말은 한 줄기 햇살처럼 움츠러든 내 마음을 어루만졌다. 서툴지만 내 손끝에서 태어난 그림은 세상에 단 하나뿐인 흔적이었다. 그래서일까. 못 그린 그림임에도 이상하게 애착이 갔다.


1부가 끝나고, 2부는 각자 가져온 시집에서 마음에 드는 시를 고르고 낭독하는 시간이었다. 눈으로만 읽을 때와 달리, 목소리로 울려 퍼진 시는 전혀 다른 차원의 울림으로 다가왔다. 한 편의 시가 목소리를 통해 살아나고, 그 순간 우리는 시를 나누는 동시에 서로의 마음을 나누고 있었다.


그렇게 두 번째 리부트의 날은 마무리되었다. 그림과 시를 매개로, 우리는 삶의 또 다른 면을 엿보았다. 다음 시간은 음악과 함께한다니, 그 또한 기대된다. 몰랐던 세상과 서툴렀던 세계를 잠시나마 경험하는 일은 내 삶의 스펙트럼을 조금씩 넓혀가는 과정일 것이다.


가을 하늘이 깊어지듯, 내 안의 세계도 조금씩 깊어진다. 오늘 내가 그린 서툰 새 한 마리가, 언젠가 내 마음의 날개가 되어 조용히 날아오르리라 믿는다.


각자 그린 그림을 모아보았다
박윤경 작가 앞에서 자신의 그림을 설명했다
각자 준비해온 시집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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