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분재 한 그루의 선물

추석, 마음을 전하는 시간

by 청일



추석이 다가온다. 명절은 단순히 풍요로운 식탁의 자리가 아니라, 마음을 전하는 의례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이맘때쯤 꼭 감사의 뜻을 전해야 할 이들이 있다. 해마다 돌아오지만, 선물 앞에서는 늘 고민이 깊어진다. 올해는 조금 특별한 선물을 준비해 보기로 했다. 다산에 새로 문을 연 분재 공방에 부탁을 드려, 직접 만든 분재를 선물하기로 한 것이다.


특별히 향나무로 부탁드렸더니, 수려하고 당당한 기품을 지닌 나무가 준비되어 있었다. 향나무는 예로부터 선비들이 사랑한 나무라했다. 은은한 향기를 품고 사철 푸른 잎을 간직한 채 세월을 견디니, 그 자체로 절개와 인내의 상징이 된다. 분재로도 가장 많이 사랑받는 나무라는 설명이 곁들여졌다.


아이보리 색 분을 고르는 순간부터 마음은 고요해졌다. 나무의 성격과 분의 색감, 모양이 어우러져야만 한 폭의 그림처럼 어울린다 했다. 바닥에는 거름망을 설치하고, 뿌리가 흔들리지 않도록 철사를 단단히 고정했다. 플라스틱 화분 속 흙을 털어내고 잔뿌리를 정리하는 과정은 마치 새로운 삶의 터전을 마련해 주는 의식 같았다.

이제 본격적인 작업이 시작되었다. 가지마다 철사를 감아 모양을 잡는데, 힘의 균형이 관건이었다. 너무 세면 상처를 내고, 너무 약하면 고정되지 않는다. 삶도 그렇듯, 힘과 여백의 균형이 중요했다.


빽빽하던 가지 사이로 공기가 통하는 길이 열리자 나무가 한결 살아났다. 여백 속에서 오히려 충만함이 드러난다 했다. 아래로 늘어진 잔가지를 잘라내니 단정한 이발을 한 듯 정갈해졌다. 그 순간 나는 조각가가 돌에서 불필요한 부분을 깎아내 듯, 나무에서 여백을 찾아내는 일을 하고 있었다.

흙 위에 마사토를 촘촘히 덮고 드문드문 이끼를 얹으니, 작은 숲 한 모퉁이를 옮겨 놓은 듯했다. 이끼는 초록의 융단처럼 부드럽고, 그 위로 마사토의 질감이 자연스러운 대비를 이루었다.

그 앞에 앉아 있으니 여름날 거대한 나무 그늘 아래 드러눕던 기억이 절로 떠올랐다. 고목 같은 미니어처 세계가 눈앞에 펼쳐진 순간, 분재가 가진 매력이 뼛속까지 전해졌다. 이것은 단순히 작은 나무가 아니라, 자연 전체를 담아낸 하나의 우주였다.


분재는 오래 키울수록 그 가치가 더해진다고 했다. 세월이 흐르며 나무는 더욱 단단해지고, 가지는 더욱 세련된 곡선을 그리게 된다. 누군가 이 나무를 받아 오랜 시간 정성스레 돌본다면, 세월과 함께 더욱 깊어지는 아름다움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보자기에 정성스레 싸고, 전통 노리개까지 달자 선물은 비로소 완성되었다. 보자기의 매듭 하나, 노리개의 술 하나까지도 정성이 담겨 있었다.

그 어떤 값진 물건보다 마음을 담은 선물. 백화점에서 고르는 선물 세트보다, 내 손으로 직접 만지고 다듬으며 완성한 이 작은 나무 한 그루가 훨씬 더 특별하게 느껴졌다. 이 분재에는 내가 보낸 오후의 시간, 나무를 바라보며 느낀 경이로움, 선물을 받을 이를 생각하며 품었던 따뜻한 마음이 모두 깃들어 있다.


올해 추석, 나는 한 그루의 향나무 분재에 행복과 감사의 마음을 담아 건넬 수 있을 것 같다. 이 작은 나무가 받는 이의 삶에도 작은 자연이 되어주기를, 바쁜 일상 속에서도 잠시 멈춰 서서 초록을 바라보는 여유를 선물해 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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