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 필사 Day 7

두 그루의 나무 에곤 실레

by 청일

필사

그림 설명


오스트리아 표현주의 화가 에곤 실레(Egon Schiele)의 두 그루의 나무(Autumn Trees)는 가을의 끝자락, 생이 저물어가는 한 순간을 포착하고 있다.


그림 속 배경은 짙은 갈색의 흙과 흐릿한 회색 하늘.

초목이 모두 생명을 다한 계절의 마지막이다.


캔버스 중앙에는 두 개의 작은 언덕이 있고,

그 위에 각각 한 그루씩 나무가 서 있다.

왼쪽의 나무는 굵고 단단하게 뿌리를 내리고 있고,

오른쪽의 나무는 가늘고 가지가 꺾인 채

마치 그 곁을 향해 기울어진 듯 위태롭다.


실레 특유의 날카로운 선과 불안한 색조는

나무를 단순한 풍경이 아닌 인간의 내면처럼 보이게 한다.

가지 끝은 메마르고, 줄기는 신경처럼, 혈관처럼 떨린다.

그럼에도 버팀목은 말없이 그 곁을 지킨다.


그의 붓질은 정제된 아름다움보다

삶의 상처와 진동을 그린다.

그래서 이 그림을 보고 있으면,

고요 속에 숨겨진 긴장과 생의 외로움,

그리고 그 외로움 속에서도 서로를 지탱하는

보이지 않는 힘이 함께 느껴진다.


1910년대 초반, 20대였던 실레가 그린 이 작품은

단순한 풍경화가 아니라

관계에 대한, 고독에 대한,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를 필요로 하는

인간 존재에 대한 깊은 성찰이다.



나의 감상


먼 산 위로,

태양이 비친다.


태양은 세상에 온기를 나누지만,

초목은 낙엽처럼 시들어가며

가을의 끝자락에서

마지막 숨을 고하는 듯하다.


각자의 언덕 위에 서 있는 두 그루의 나무,

나는 안타까운 마음으로 그들을 바라본다.


완전히 붙어 있지도 않고,

너무 멀리 떨어져 있지도 않은

적절한 거리를 두고 서로를 바라보는 관계.

이것이 어쩌면

가장 건강한 형태의 ‘함께 있음’ 인지도 모른다.


나무보다 먼저 그 곁의 버팀목을 본다.

오랜 세월, 나무가 자라며 겪은 바람과 비의 흔적들.

그 옆에 아무 말 없이 함께 서 있는 버팀목 하나.

그 존재만으로도

나무는 다시 뿌리를 내리고,

또 한 계절을 버텨낼 수 있었을 것이다.


태양의 온기마저

더 이상 생명을 불어넣지 못하는 순간,

버팀목은 나무를

조용히 감싸 안고 있다.


빛은 있으되 따뜻하지 않고,

태양은 떠 있으되

온기가 사라진 풍경.


그 속에서 나무와 버팀목은

‘함께 있음’의 의미를

말없이 증언한다.


세상에는

어떤 위로도 닿지 않는 시간이 있다.

태양이 나를 비켜가는 듯하고,

어둠의 터널 속에 갇힌 듯한 날들.


겉으로는 모든 게 제자리에 있는 것 같지만,

내면은 황량하고 메마른 계절을 지나고 있는 순간.

그럴 때,

말없이 곁을 지탱해 주는

한 사람만 있다면,

세상은 여전히 살아낼 수 있을 것이다.


누군가의 버팀목이 되어주거나,

누군가에게 기대어 버티는 시간들이 있다.

때로는 쓰러질 듯 흔들리고,

바람에 꺾일 듯 위태로운 순간에도,

곁에 누군가가

아무 말 없이 서 있기만 해도

삶은 다시 세워진다.


사랑이란,

뜨거운 감정이 아니라

버티어 함께 서주는 일.


화려하지 않고,

때로는 상처투성이지만,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서로를 향해 있는 것.


말로 다 하지 않아도,

그저 존재함으로 서로를 지탱하는 관계.

그것은 사랑의 또 다른 이름일 것이다.


버팀목은 결코 주인공이 아니다.

그림 속에서도, 현실에서도.

하지만 그가 없다면

나무는 이미 쓰러져버렸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우리는 오늘도

각자의 자리에서

서로의 버팀목이 되어

이 계절을 견뎌내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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