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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리 마티스

by 청일

1. 작가 소개


앙리 마티스(Henri Matisse, 1869–1954)는

20세기 현대미술을 연 화가이자 ‘야수파(Fauvism)’의 중심인물이다.

강렬한 색채, 단순한 형태, 감정의 자유를 중시하며

‘색채의 마술사’라 불렸다.

마티스에게 그림은 눈에 보이는 현실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색과 리듬으로 삶의 기쁨을 표현하는 일이었다.

그는 말년에조차 가위로 종이를 오려 새로운 색의 세계를 구축하며 끝까지 창조의 리듬을 놓지 않은 예술가였다.


2. 작품 설명


〈춤〉(1910)은 마티스의 예술세계가 가장 순수하게 응축된 작품으로,

다섯 명의 인물이 손을 맞잡고 원을 이루며 춤을 추는 장면을 담고 있다.


강렬한 붉은 인체,

깊은 푸른 배경,

생명력 가득한 초록 언덕은

세 가지 색만으로도 강렬한 에너지를 만들어낸다.


인물들은 서로의 손을 잡고 원을 이루며

멈추지 않는 순환의 리듬을 보여준다.

이는 삶의 반복, 시간의 흐름, 인간 존재의 연대감을 상징하며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의 무한루프를 떠올리게 한다.


마티스는 이 그림을 통해

삶을 어려움이 아닌 춤처럼 받아들이는 태도,

그리고 인간이 함께 만들어내는 원형의 조화와 생명력을 표현하고자 했다.


3. 나의 감상


다섯 인물이 서로 손을 맞잡고 원을 이루며

끝없이 이어지는 리듬 속을 걷는다.

서로가 서로를 끌어당기고 밀어내며

빼앗길 틈도 없이 다음 동작으로 넘어가는 그 원형의 움직임.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하루라는 원을 그리고

또다시 같은 지점으로 돌아온다.


그 반복되는 삶의 리듬을 조용히 되짚는다.

월요일에 받은 말, 화요일의 심부름,

수요일의 생각, 목요일의 비밀, 금요일의 흔들림.

토요일의 따스함과 일요일의 고요를 지나

다시 ‘월요일’이라는 출발선으로 돌아온다.

어제와 오늘이 다르지 않은 것 같지만

그 안에는 각자의 빛이 있다.

그래서 우리는 저마다의 푸른빛으로

이 무한한 루프를 건너간다.


이제 뒤돌아보니

어느덧 꽤나 오랜 시간이 내 어깨에 얹혀 있다.

수많은 사람들이 지나갔던 그 나이의 길을

나도 걸어오고 있다.


평범한 날들 속에서도

나는 특별한 일들을 맞이했고,

넘어졌다가 일어났고,

울다가 다시 웃었다.

내일도 크게 다르지 않을 일상이겠지만

그 반복 속에서 내가 기대하는 무언가는

여전히 내 안에서 조용히 꿈틀거린다.


生은 死를 만나기 전까지만 유효하고

그 유효한 시간들은 매일같이 내게 건네진다.

그 하루를 어떻게 채울지는

오직 나의 의지에 달려 있다는 사실이

나를 다시 일으킨다.


낙엽이 구르고

바람이 살갗처럼 스치는 계절이다.

풍성하던 잎들은 모두 마른 머리를 하고 서 있고

바람은 가지 끝을 잡아 흔들어댄다.

삶도 이처럼 바람처럼 스쳐가고

어느새 이렇게 많은 계절을 건너왔다


바람에 밀려가는 낙엽을 보며

곧 다가올 겨울을 준비한다.

하늘과 산이 변화하는 것처럼

내 마음도 계절을 따라 조용히 정돈된다.


평범한 일상이 계절을 만들고

그 계절들이 모여 한 해를 흘려보낸다.

돌이켜보면, 특별한 순간은

늘 아주 평범한 날들의 속살에서 피어났다.


올해의 끝에서 나는 기도한다.

마티스의 인물들처럼

서로 손을 맞잡고

후회와 미련

아픔과 슬픔을

춤추듯 미련 없이

이 한 해를 흘려보내기를.


그리고 다시 찾아올 한 해를

감사의 마음으로 맞이하기를.


반복되는 삶이지만

그 반복 속에서 나는 살고,

빛나고, 또 조금씩 변해간다.

그리하여 또 한 번의 계절을

춤추는 마음으로 건너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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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화, 수, 목, 금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