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 마운틴

임채욱

by 청일


1. 작가 소개


임채욱은 사진을 기반으로 작업하는 작가로,

자연을 기록의 대상이 아닌 사유의 대상으로 전환하는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그의 사진은 셔터의 순간에 머무르지 않고,

촬영 이후의 선택—특히 한지에 프린팅 하는 과정을 통해 사진과 회화, 기록과 기억의 경계를 넘나든다.


디지털 이미지가 가진 선명함 대신

한지가 지닌 섬유의 결, 숨 쉬는 질감, 번짐을 받아들임으로써 작가는 사진을 ‘보는 이미지’에서

머무는 이미지로 확장시킨다.

임채욱의 작업은 자연을 재현하기보다,

자연이 쌓아온 시간과 감정을 화면 위에 천천히 옮기는 태도에 가깝다.


2. 작품 설명


〈블루마운틴〉은 산을 촬영한 사진이지만,

단순한 풍경사진으로 읽히지 않는다.

한지 위에 프린팅 된 푸른 산세는

선명함보다 깊이를, 정보보다 여운을 먼저 전한다.


겹겹이 이어진 산의 능선은

사진이라는 매체가 포착한 실제의 풍경이면서도,

한지의 섬유 사이로 스며들며

시간이 침전된 기억처럼 화면에 자리한다.

푸른색은 차분하고 고요하지만,

그 안에는 오래된 상흔과 지나온 시간의 무게가 은근히 배어 있다.


이 작품에서 산은 배경이 아니라

역사를 품은 존재로 서 있다.

빠르게 소비되는 이미지의 시대 속에서

〈블루마운틴〉은

천천히 바라보기를 요구하는 사진이다.

보는 순간보다,

보고 난 뒤 더 오래 남는 이미지로서 관객 앞에 놓인다.


3. 나의 감상


그냥, 고요히 바라보게 된다.

겹겹이 밀려오는 산하의 능선을 따라 시선이 머문다.

그 푸른 굴곡 속에는 무수한 시간의 층위가 고요히 접혀 있다.


옛 선조들이 그토록 예찬하며 읊조렸던 청산!

아주 오래전 그들 또한 이 새벽의 푸른 기운 속에서

겨레의 거친 숨결을 느꼈으리라.

수만 년, 아니 수억 년의 시간을 묵묵히 빛내온 산하를

우리는 늘 찰나의 시선으로 스쳐 지나갈 뿐이다.


그러나 깊은 산중의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가 어우러져

일궈낸 이 푸른 파동 앞에 서면

어찌 이를 하릴없이 바라보기만 할 수 있겠는가.

절로 옷깃이 여며지는 장엄한 자태 앞에서

나는 이 풍경을 마음속 깊은 곳에

오래도록 침전시켜 둘 생각이다.


굽이굽이 넘고 넘어 다다른 산봉우리마다

온갖 시련과 아픔의 역사가 서려 있다.

그 끝에 맺힌 이슬은

마치 푸른 눈물처럼 능선에 배어 있다.

오래지 않은 역사의 상흔을 고스란히 품고서도

산이 저토록 눈부시게 푸를 수 있는 까닭은 무엇일까.


그것은 아마도

제 몸에 새겨진 통증을 외면하거나 밀쳐내지 않고

생명을 잉태하는 알처럼

온전히 품어왔기 때문일 것이다.


어둠을 밀어내지 않고 몸으로 받아낸 산은

이제 스스로 빛이 되어 새벽을 연다.

그 지독한 어둠을 견디고 삭여낸 자리마다

찬란한 역사가 다시 태어나기를,

나는 이 고요한 능선을 바라보며

조용히 기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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