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섭
1. 작가 소개
이중섭(1916-1956)은 한국 근현대 미술을 대표하는 화가로, 인간과 삶에 대한 깊은 연민을 그림으로 남긴 예술가다. 그는 소·아이·가족 같은 소박한 소재를 통해 시대의 고통과 개인의 사랑, 그리고 인간 존재의 연약함을 솔직하게 드러냈다. 가난과 병, 전쟁과 이별 속에서도 끝내 인간에 대한 애정을 놓지 않았던 그의 삶은, 작품 그 자체로 하나의 고백이자 기록이다.
2. 작품 설명 「세 사람」
이 그림 속 세 인물은 서로 가까이 누워 있지만, 각자의 세계에 잠겨 있다. 몸은 맞닿아 있으나 시선과 감정은 분리된 채, 묘한 거리감이 흐른다. 거칠고 단순한 선으로 그려진 인물들은 완결되지 않은 존재처럼 보이며, 그 불완전함이 오히려 인간다움을 강하게 드러낸다.
이중섭은 이 작품에서 관계의 친밀함과 고독이 동시에 존재하는 순간을 포착한다. 함께 있어도 완전히 닿을 수 없는 마음, 이해받고 싶지만 끝내 혼자인 존재. ‘세 사람’은 특정한 누군가가 아니라, 관계 속에서 끊임없이 자신을 조정하며 살아가는 우리의 초상이다.
3. 나의 감상
백인백색(百人百色)의 얼굴, 하나의 측은지심
눈 두 개, 코 하나, 입 하나, 그리고 귀 두 개.
조물주가 준 똑같은 재료로 빚어낼 수 있는 얼굴의 조합은 어쩌면 무한대에 가까운가 보다. 이 너른 세상에 그토록 많은 이가 북적이며 살아가건만, 나와 똑같이 생긴 얼굴을 단 하나도 찾을 수 없다는 사실. 그 신비로움만으로도 인간은 충분히 경이로운 존재다.
겉모습이 저마다 다르듯, 그 안에 깃든 심상과 성격, 취향 또한 백인백색(百人百色)이다. 제각각의 빛깔을 지닌 사람들이 어우러져 살아가는 세상은 필연적으로 수많은 아이러니를 품는다. 불협화음이 일고 다툼이 끊이지 않는 소란 속에서도 인간의 삶은 결코 멈추는 법이 없다. 불행이든 행복이든, 한번 시작된 생은 저마다의 마지막 종착역을 향해 묵묵히 나아갈 뿐이다. 어쩌면 인생의 본질이란 거창한 무엇이 아니라, 주어진 삶을 끝까지 살아내는 그 정직한 보폭에 있는지도 모른다.
그림 속에는 웅크린 사람, 비스듬히 누운 사람, 엎드린 사람이 있다. 모두 ‘인간’이라는 공통분모를 지녔을 뿐, 각기 다른 사유와 표정으로 생의 무게를 견디고 있다. 지하철 맞은편 좌석에 나란히 앉아 있는 사람들 역시 다르지 않다. 다시는 마주치지 않을 무연(無緣)의 타인일 수도, 그저 찰나를 스치는 인연일 수도 있기에 나는 무심한 듯 힐끗 그들을 바라본다.
서로 다른 얼굴 뒤에 숨겨진 서로 다른 생각들. 각자의 얼굴에 퇴적물처럼 고스란히 쌓여 있는 세월의 결을 바라볼 때면, 그들이 통과해 온 시간의 터널을 자연스레 상상하게 된다. 하루하루를 살아내느라, 혹은 버텨내느라 애썼을 삶의 흔적이 문득 시야에 들어올 때, 마음 한구석에서 눅진한 측은지심이 피어오른다.
‘부디 당신들의 남은 삶은 오늘보다 조금 더 나아지기를.’
나는 짧은 기도를 남기며 지하철 문을 나선다.
결국 나 역시 그 무수한 군상들 속 한 사람에 지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타인을 향해 동병상련의 마음이 드는 건, 우리가 겉모습만 다를 뿐 삶이라는 고단한 항해를 함께 건너는 동료이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그들의 안녕을 빌었듯, 이름 모를 누군가도 나의 고단한 어깨를 보며 조용히 안녕을 빌어주기를.
우리는 그렇게, 서로의 등을 보이지 않게 밀어주며 각자의 생을 완주하고 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