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철
1. 작가 소개
신철은 일상의 한 장면을 통해 관계와 감정의 미묘한 결을 포착하는 작가다.
그의 그림은 동화처럼 단순한 형태를 띠지만, 그 안에는 어른의 망설임과 고백이 담겨 있다.
사건보다 사건 직전의 침묵, 말보다 말해지지 않은 마음에 집중한다.
원색에 가까운 색과 절제된 구성을 통해 감정을 과장하지 않고 오래 머물게 한다.
신철의 작품은 사랑이란 결국 한 걸음 내딛기 전의 용기임을 조용히 보여준다.
2. 작품 설명
화면 한가운데 크게 자리한 초록의 나무는 두 인물을 갈라놓는 동시에 이어주는 존재처럼 서 있다. 왼편의 여인은 조심스럽게 가방을 움켜쥔 채 서 있고, 오른편의 남자는 꽃을 숨긴 손으로 한 발짝 떨어져 있다. 둘 사이의 거리는 짧지만, 그 간극에는 말로 다 하지 못한 망설임과 설렘이 겹겹이 쌓여 있다.
이 장면은 ‘프로포즈’라는 사건을 직접적으로 보여주지 않는다. 대신 고백 직전의 공기, 말이 아직 건네지기 전의 떨림을 붙잡는다. 인물들의 표정은 담담하고, 동작은 멈춰 있다. 그러나 그 정지된 순간 속에는 이미 모든 감정이 충만하게 흐른다.
배경의 강렬한 오렌지색은 심장의 온도처럼 화면을 감싸고, 단순한 형태의 자동차와 나무는 이 장면이 특별한 장소가 아닌, 우리의 일상 어디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 순간임을 암시한다. 이 작품은 사랑이란 거창한 연출이 아니라,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다가가기 위해 멈춰 서는 용기임을 조용히 말한다.
3. 나의 감상
그녀를 만나기 불과 몇 미터 전!
애써 마음을 가라앉혀 보지만 가슴의 두근거림은 좀처럼 잦아들지 않는다. 오늘은 오래도록 품 안에서만 벼려온 마음을 꺼내 놓는 날, 그녀에게 평생의 약속을 건네기로 한 날이다.
정성껏 다린 백바지를 입고 한 아름 꽃을 준비했다. 거울 앞에서 수없이 연습했던 고백의 말들은 이 순간에 이르러 하얗게 휘발된다. 마음은 천 길 낭떠러지 끝에 선 사람처럼 위태롭고 불안하다.
우연한 모임에서 시작된 인연이었다. 밝은 성격, 다부진 인상, 은근한 귀티가 배어 있는 얼굴. 몇 해를 두고 그녀를 곁에서 지켜보는 동안, 찰나의 호감은 계절을 건너 사랑이라는 깊은 뿌리를 내렸다.
‘언젠가는’ 하고 되뇌던 다짐은 이제 오늘이라는 운명 앞에 멈춰 섰다.
우리의 사랑이 어떤 결말을 맞이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다만 간절히 바라는 것은 그녀가 이 꽃을 기쁘게 받아주는 것, 그리고 이 조심스러운 진심이 그녀의 마음에 부드럽게 닿는 것이다.
세상의 수많은 노래와 영화가 사랑을 노래하는 이유는, 우리 삶에서 사랑이 차지하는 무게가 그만큼 육중하기 때문일 것이다. 애틋한 사랑도 있고, 근사한 사랑도 있으며, 끝내 닿지 못해 더 오래 남는 사랑도 있다. 들불처럼 타오르는 사랑이 있는가 하면, 미지근한 온도로 묵묵히 곁을 지키는 사랑도 있다.
치기 어린 젊은 날의 열병을 지나, 이제 내가 꿈꾸는 사랑은 영화 〈노트북〉 속 노부부의 모습이다. 마지막 순간까지 서로의 손을 놓지 않는 일. 누구나 누릴 수 없는 기적 같은 행운이기에, 그 끝없는 사랑의 조각이 내 삶에도 깃들기를 조용히 소망해 본다.
나는 화려한 말보다 사소한 행동 하나에 스며 있는 진심을 믿는다. 끝없는 배려로 증명되는 마음이야말로 사랑이며, 그 마음을 상대가 알아봐 줄 때 사랑은 비로소 찬란하게 빛난다고 믿기 때문이다.
오늘,
내 빛나는 진심이 그녀에게 닿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