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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파스빈 Jan 10. 2024

역진을 통한 전진!

올해의 계획


갑자기 행복이 몰려왔다.

햇빛이 쨍한 오후 나는 동네 체육관 트레드밀 위에서 걷고 뛰기를 반복하며 창밖으로 보이는 아파트의 풍경을 응시하고 있다.


아파트 베란다 차창으로 반사되는 햇빛의 간지러움을 느끼고 중앙 잔디밭 위로 학교를 파한 초등 아이들의 신나는 발걸음을 보며 헤드폰으로는 클래식음악을 듣고 있다(김정운 작가의 에디톨로지에는 애청하는 클래식 앱이 있다는 간단한 소개가 있길래 앱을 깔고 듣는데 24시간 오로지 클래식만 나온다. 광고는 1도 없음. 대부분 처음 들어보는 음악이지만 가끔 귀에 익은 클래식선율이 들리면 오랜 고향친구를 만난 듯 너무도 반갑기도 하다. 곡에 대한 설명은 아마도 독일어로 나와서 모르는 음악은 알 수 없지만 아는 음악가와 곡명은 영어로 들리니 대충 알 수는 있다. 앱은 RADIO SWISS CLASSIC이다).

음악과 풍경의 가운데에 나는 순간 초스피드 카메라가 잡아내는 들꽃의 개화를 보듯 갑자기 행복 한 자락이 꽃이 피듯 나를 휘감는다. 운동을 하며 행복을 느끼다니! 단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감정이었다.

학창 시절 체육시간이면 땀내 나는 것이 싫어 나무 그늘아래에서 시간을 보냈던 나인데 그런 나에게 이런 감정이 생길 거라곤 상상도 못 한 일이다.  

어쩜 매일 세뇌당하고 있는 의식의 흐름이 운동을 행복과 메칭시켰는지도 모르겠다


상상하면 현실이 된다고 했던가. 매일 나는 운동을 너무도 좋아하는 사람이야!!!라고 되뇐 결과인가 보다.

누구나 새해가 되면 결심이라는 것을 한다.

나도 그랬다.

2023년이 시작될 무렵 알차게 새해계획을 세웠고 착실히 계획을 진행하던 시기도 있었지만 7월엔 가정사로 8월엔 라이딩 중 낙차 사고로 인한 척추 뼈 골절로 3개월 진단을 받고 입원에 통원 치료를 받으면서 일상의 루틴이 모두 깨져버렸다.

무거운 것을 들지 못함과 동시에 네 마리 강아지의 분변을 치우고 세척하는 일련의 과정들은 허리를 쓰지 못하는 나로서는 감당하지 못할 일이었다(때문에 모든 가정사는 아내가 도맡아 하는 수고로움이 있었다) 세수마저도 힘들어 의자를 놓고 앉아서 해야 할 지경이니 무슨 일상생활이 가능할까!


정신이 몸을 지배한다는 말보단 몸이 정신이 지배한다고 믿는 나이기에 몸의 불편함은 정신을 병들게 하였고 무기력의 나락으로 나를 빠져들게 했다

2023년 하반기의 삶이 그러했다. 그러니 새해엔 살기 위해서라도 운동을 해야만 했다.

매일 동네 체육관에서 운동

월수금 척추 근력운동

화목토 수영

주 1권 독서

오늘 하루의 운동

오늘 하루의 책 한 페이지가

나의 몸 근력과

마음 근력을 튼튼하게 해 주리라 믿는다.


사실 수영은 내가 허리를 다친 이후 줄곧 의사 선생님이 내게 추천해 준 운동이었지만 수영을 못하는 내겐 말도 안 되는 재활요법이었다. 하지만 이제 배워서라도 수영을 해야겠기에 발차기 연습부터 시작을 했다.


자유롭게 수영을 하는 회원들을 보면 부러우면서도

언젠가는 나도 저렇게 두 팔과 다리로 힘차게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상상해 본다.

올 한 해 내 삶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건강이다.

오로지 건강을 단련하여 더는 아프지 않게 일상을 영위하는 그 시간을 맞기를 바란다.


역진이란 말을 어느 책에서 발견했다.


전진의 반대는 후퇴이지만 역진은 또 다른 이름의 전진이다. 이상을 멀리 두고 현실에서 하나하나 차근차근 이루어 나가다 보면 원대한 꿈도 이룰 수 있다고 한다. 올해 나의 인생 슬로건은 역진을 통한 전진이다.

이상을 그리되 멀리 바라보지만 말고 현실에서 작은 것 하나를 실천해 나가는 것이 이상을 실현하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임을 깨닫는다.


매일의 운동 결과들이 내 몸을 다르게 만들어 놓을 것이다. 역진하며 결국엔 전진해 있는 나를 발견할 것이다.  올해는 그런 해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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